세금 · 행정
한미약품이 일본 회사로부터 독점 계약에 따라 의약품 원료를 수입하면서 계약상 약정된 '무료 샘플'을 함께 받았으나, 서울세관이 이를 진정한 무상 수입으로 판단하여 과세가격을 다시 산정하고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한미약품이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해당 물품이 단순히 무료가 아니라 전체 계약의 일부로서 실질적인 대가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 세관의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미약품은 일본 아마노와 의약품 원료인 SKSD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하며 연간 구매 수량의 일정 비율을 다음 해에 '무료 샘플'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약정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 특약에 따라 대가 없이 공급받은 SKSD에 대해 단위당 일본국 통화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세관은 이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된 것이므로 관세법상 거래가격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다른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하고, 2015년 12월 16일 한미약품에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습니다. 이에 한미약품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독점 수입 계약에 포함된 '무료 샘플' 명목의 물품이 관세법상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과세가격 결정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 주요 쟁점입니다. 이에 따라 관세법 제30조(거래가격 원칙)를 적용할지, 아니면 제31조(다른 방법)를 적용할지가 결정됩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한미약품이 일본 회사로부터 공급받은 '무료 샘플' 명목의 물품이 명목상 대가 없이 공급되었더라도, 연간 구매 수량에 비례하여 반드시 추가 공급되도록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 단위당 거래가격을 인하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이 물품은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관세법 제30조에 따른 과세가격 결정이 가능한 '판매되는 물품'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관이 다른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무료 샘플'이라는 명목에도 불구하고, 해당 물품이 전체 독점 공급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며 연간 구매 수량에 따라 실질적인 대가가 내재되어 있어 단위당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명칭이 아닌 거래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을 강조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관세법 제30조 제1항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 이 조항은 수입 물품의 과세가격은 원칙적으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판매되는 물품에 대해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해야 할 가격에 일정한 금액을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무료 샘플'이 과연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관세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 (무상 수입 물품 제외): 이 시행령은 관세법 제30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는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만약 물품이 진정으로 무상으로 수입된 것으로 판단되면,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어 관세법 제31조 등 다른 방법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하게 됩니다. 관세법 제31조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 관세법 제30조에 따라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 이와 같은 방법으로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합니다. 서울세관장은 이 사건 물품을 무상 수입으로 보고 이 조항에 따라 과세가격을 산정했었습니다. 실질과세의 원칙: 대법원은 단순히 명목상 '무료 샘플'이라 할지라도 전체 계약의 맥락에서 실질적인 대가가 내재되어 있다면 이를 무상으로 보지 않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세법 적용 시 표면적인 형태보다는 실제 경제적 내용을 중시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명목상 '무료' 또는 '샘플'로 제공되는 물품이라도 전체 거래 계약의 맥락에서 실질적인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면 관세법상 '판매'된 물품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독점 공급 계약과 같이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거래에서는 연간 구매 수량에 따른 추가 물량 공급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물품의 가치 산정에 있어 단순히 '무료'라는 명칭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관세 신고 시에는 계약서의 모든 조항, 특히 '무료'로 명시된 부분이라도 실제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여 정확한 과세가격을 산정해야 불필요한 세금 부과를 피할 수 있습니다. 수입 물품의 과세가격 결정은 관세법 제30조(거래가격 원칙)가 우선 적용되며, 이 방법으로 산정할 수 없을 때 다른 방법(제31조 등)이 순차적으로 적용됩니다. '무상 수입 물품' 여부가 이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