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성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고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CC는 출소 후 다시 성폭력 범죄(직전 범행)를 저질렀습니다. 당시 경찰은 CC이 전자장치 부착자임에도 불구하고 위치 정보를 조회하지 않아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습니다. 13일 후 CC은 원고 A의 배우자를 살해하는 더 심각한 범죄(이 사건 범행)를 저질렀습니다. 직전 범행을 수사하던 경찰관은 전자장치 위치 정보 활용을 소홀히 했고 CC을 담당하던 보호관찰관은 높은 재범 위험성을 가진 CC에 대한 대면 접촉 등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원심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절박한 위험 상태에서 발생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이들의 직무 소홀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성폭력범죄로 복역 후 전자장치를 부착한 CC은 2011년 11월 9일 출소했습니다. 2012년 8월 7일, CC은 주택에 침입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는 직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경찰은 범인의 음모 등을 채취하고 CCTV를 확인하는 등 일반적인 수사를 했지만, CC이 전자장치 부착자임을 인지했음에도 범행 장소 주변의 전자장치 부착자 위치 정보를 조회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13일이 지난 2012년 8월 20일, CC은 또 다른 피해자인 원고 A의 배우자 집에 침입하여 강간을 시도하다 저항하자 과도로 살해했습니다(이 사건 범행). 이 사건 범행 후 CC이 체포되고 나서야 경찰은 전자장치 위치 정보를 조회하여 직전 범행 당시 CC이 범행 장소 근처에 있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한편, CC의 담당 보호관찰관은 2012년 7월 16일 교체된 후 직전 범행과 이 사건 범행 발생일까지 1개월 이상 CC과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았으며, CC은 이전 면담에서 "사람을 칼로 찌르거나 성폭력을 하는 등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등 높은 재범 위험성과 반사회적 성향을 보였습니다. 이에 피해자의 유족들은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상 부작위로 인해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며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성폭력 범죄 재범 예방 및 수사 과정에서 공무원(경찰관, 보호관찰관)의 직무상 부작위(의무 불이행)가 국가배상법상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추가 범죄 피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관리 및 수사에서 직무상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라는 국가의 본래적 사명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국가배상법상 '법령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은 이러한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 판단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핵심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이 조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법령 위반'을 형식적인 법령에 명시된 의무 위반뿐만 아니라 인권 존중, 권력 남용 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위반하여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넓게 해석했습니다. 특히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여 국가가 일차적으로 위험 배제에 나서지 않으면 보호할 수 없는 경우에는 형식적 법령에 근거가 없더라도 국가나 공무원에게 그러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인정했습니다. 또한 구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제1조, 제1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 제도는 특정 범죄자의 재범 방지와 국민 보호를 목적으로 하므로, 수사기관은 위치 정보를 수사에 적극 활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보호관찰법) 제33조 제1항, 제2항은 보호관찰관이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재범 방지 및 사회 복귀를 위해 지도·감독 업무를 수행해야 함을 명시하며, 긴밀한 접촉과 행동 관찰 등을 통해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령 및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이 부여된 권한과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기관의 범죄 예방 및 수사 활동이 미흡하여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처럼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소홀히 이루어진 경우, 국가의 책임이 더욱 엄격하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특정 범죄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범인 검거가 지연되고 추가 피해가 발생했다면, 이는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보호관찰관은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을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적극적인 대면 접촉 및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식적인 업무 처리는 책임 면피의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절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국가나 공무원은 형식적 법령 근거가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위험을 배제할 작위의무를 부담합니다. 피해 발생 시 관련 공무원의 직무 수행이 적절했는지,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