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행정
이 사건은 기계장비 및 설비공사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파나마 법인을 통해 체결한 도급계약과 관련된 합의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피고 회사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감액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합의가 피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이거나 통정허위표시이며, 하도급법 위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소송이 기존 계약에 포함된 중재합의 및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부제소합의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소송 자체를 각하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설령 소송이 적법하더라도 원고가 아닌 파나마 법인이 계약 당사자이므로 원고에게 청구권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고 회사는 기계설비 공사를 위해 피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원고가 파나마 현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파나마 법인 명의로 이루어졌습니다. 원고는 계약 이행 과정에서 피고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계약금액 인하를 요구했고, 공사 타절 통보 및 계약이행보증증권 행사 위협을 통해 ‘정액가격합의계약 및 외부탱크기계작업 건축계약’(이 사건 합의)을 강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이 합의가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피고의 부당한 감액 행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므로 미화 387,180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이 사건 소송이 도급계약상의 중재합의와 이후 합의서에 포함된 부제소합의에 위반된다며 소송 각하를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제기한 소송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포함된 중재합의 및 이후의 합의에 포함된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위반되어 법원에서 심리할 수 없는 부적법한 소송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및 합의의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파나마 법인이 원고의 단순한 현지 지사이거나 법인격이 부인될 수 있는 대상인지, 또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포함합니다. 셋째, 피고의 행위가 민법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하도급법상 부당한 하도급대금 감액 행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인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소송에 관련된 모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고의 청구 내용에 대한 본질적인 판단(본안 판단) 이전에, 소송 절차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종결시킨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가 제기한 소송이 도급계약에 명시된 중재합의와 이후 합의서에 명시된 부제소합의를 위반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 내용에 대한 실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 자체가 법원에서 다룰 수 없는 사안임을 이유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또한 법원은 설령 소송이 적법하더라도, 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별개의 법인인 파나마 법인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청구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점을 예비적인 판단으로 덧붙였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논의되었거나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해외 사업 진행 시 국내 모회사와 현지 자회사(현지 법인) 간의 관계 설정 및 계약 주체 명확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계약서 작성 시 실제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기재하고, 만약 모회사가 자회사를 대리하여 계약하는 경우 명확한 대리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둘째, 계약서에 포함된 ‘중재합의’나 ‘부제소합의’ 조항의 법적 구속력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항들은 분쟁 발생 시 소송 절차를 배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강제하므로, 계약 체결 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셋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대방으로부터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려면, 당시의 궁박한 상황, 경솔한 판단, 무경험 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서류, 통화 기록, 증언 등)를 철저히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어렵고 힘들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불공정한 법률행위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넷째, 모회사가 자회사의 권리를 직접 주장하려면 ‘법인격 부인’이라는 엄격한 법리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는 자회사가 형식적인 존재에 불과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므로, 일반적으로 모회사가 자회사의 권리를 직접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