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는 교제 상대인 피고 B이 유부남임을 속였다며 위자료를 청구하고, 피고 B의 배우자, 동생, 자녀인 피고 C, D, E이 원고의 주거를 침입하고 물건을 절취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B이 원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 B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 D, E이 원고의 주거를 침입하고 물건을 절취한 사실은 형사판결 등을 통해 인정되어, 이들 공동 피고에게 3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무고나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들의 고의나 중과실이 입증되지 않아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5년부터 피고 B과 교제하며 피고 B이 이혼남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이 사건 토지 지상의 가건물에서 동거하며 사실상 부부처럼 생활했습니다. 2022년 피고 B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 원고 A는 피고 D, E의 연락을 통해 피고 B이 법률상 배우자인 피고 C과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고 B의 입원 이후, 피고 B의 배우자인 피고 C, 동생인 피고 D, 자녀인 피고 E은 원고 A가 피고 B과 동거하던 가건물에 침입하고 원고 A의 물건을 절취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고 C, D, E은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에게는 기망에 의한 위자료를, 피고 C, D, E에게는 주거침입, 절도, 무고,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습니다. 또한 원고 A는 피고 B과의 사실상 혼인관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피고 B과 C의 법률혼 관계가 실질적으로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B이 혼인 사실을 숨겨 원고 A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는지, 피고 C, D, E이 원고 A의 주거를 침입하고 물건을 절취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였는지, 피고 C, D이 원고 A를 무고하거나 명예훼손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피고 C, D, E에 대한 청구는 일부 인정되어, 피고 C, D, E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2. 7. 27.부터 2025. 2. 1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B이 원고에게 자신이 이혼남이라고 적극적으로 기망했거나 혼인 사실을 속여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피고 C, D, E이 원고의 주거에 침입하고 피고 C이 원고의 노트를 절취한 행위는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피고 E은 기소유예, 피고 C, D은 벌금형 후 피고 C은 선고유예)을 통해 인정되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보아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 C의 무고 및 피고 C, D의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들이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면서도 고소했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 C, D, E의 공동 위자료 액수를 300만원으로 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된 여러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피고 C, D, E의 공동주거침입 및 절도 행위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불법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대법원은 상대방이 자신의 혼인 여부나 혼인 가능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지하여 착오에 빠뜨려 성관계를 포함한 교제 관계를 유도하거나 지속하는 행위는 기망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어도 민사적 책임은 여전히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 B의 적극적인 기망이 입증되지 않아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 관계: 민사재판은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직접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의 유죄 인정 사실은 민사재판에서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판결과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어, 피고 C, D, E의 주거침입 및 절도 사실이 인정되었습니다.
무고 및 명예훼손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 고소인의 고소가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단순히 피고소인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고소인의 행위가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명예훼손 역시 허위 사실을 유포한 데 대한 고의나 중과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의 무고 주장은 원고에게 범죄 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위법하게 고소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으며, 명예훼손 주장 역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사실상 혼인관계: 법률상 부부 관계가 사실상의 이혼 상태로 인정될 만큼 형해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과의 사실상 혼인관계는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원고 A와 피고 B 사이의 사실혼 관계 주장이 기각된 것은 피고 B과 피고 C의 법률혼 관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제 상대가 혼인 상태임을 속이고 만남을 지속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혼인 여부를 기망했는지, 또는 최소한 자신이 혼인 상태임을 알리지 않아 상대방이 착오에 빠지게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혼인 관계를 숨겼다는 것만으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주거에 무단으로 침입하거나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가해자들은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상대방이 허위 사실임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모른 채 고소 또는 유포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제기한 고소가 무혐의로 종결되었거나, 사실관계를 오해하여 발언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민사 재판에서는 형사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따라서 불법행위와 관련된 형사 절차가 진행되었다면 그 결과를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혼 관계는 법률혼과 달리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경우 인정됩니다. 그러나 한쪽 배우자가 이미 법률상 다른 사람과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예: 법률혼 관계가 사실상 이혼 상태와 다름없이 완전히 해소된 경우)이 없는 한 사실혼으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사실혼은 중혼적 사실혼으로서 원칙적으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상황 발생 시, 관련된 모든 증거(대화 기록, 사진, 영상, 녹취록, 경찰 신고 내역, 병원 기록 등)를 철저히 확보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