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대출을 받은 C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신용보증기금이 C의 빚을 대신 갚았습니다. 그런데 C가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에서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올케에게 팔고 다른 부동산에 배우자의 친구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이 두 계약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계약 취소를 요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계약을 취소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리라고 판결했습니다.
채무자 C는 2020년 10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2천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그러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여 2021년 12월 신용보증기금이 19,664,824원을 대신 변제하게 되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이 대위변제를 하기 전인 2021년 3월 C는 자신의 부동산에 배우자의 친구인 피고 B에게 채권최고액 2억2천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고 2021년 6월에는 자신의 부동산 중 일부 지분을 올케인 피고 A에게 매도했습니다. 이 당시 C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C의 이러한 재산 처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피고 A와 B를 상대로 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의 등기를 원상회복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 C가 재산을 넘기거나 담보 설정한 행위가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해당 계약을 맺은 피고 A와 B가 채무자 C의 채무초과 상태를 알고도 계약을 맺었는지 즉 '사해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이 사해행위 당시 이미 성립되어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성립 가능성이 고도로 개연적이면 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채무자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올케인 피고 A에게 부동산 지분을 매각하고 배우자의 친구인 피고 B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모두 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A와 B 모두 사해행위임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악의(사해의사)'가 추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 A와 C 사이의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부동산 지분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며 피고 B와 C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넘기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해행위로 간주되어 법적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거래나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재산 처분은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이 조항은 채무자가 빚을 갚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산을 고의로 줄이거나 숨겨서 채권자가 빚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 채권자가 법원에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이 판결에서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올케에게 부동산 지분을 팔고 배우자의 친구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된 것이 바로 이 민법 제406조에 따른 것입니다.피보전채권의 범위: 사해행위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일어나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해행위 당시에 이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약정)가 있었고 가까운 미래에 채권(구상금 채권)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며 실제로 그 채권이 발생했다면 해당 채권도 보호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C의 재산 처분 행위가 있은 후에 발생했지만 사해행위 당시 이미 신용보증약정이 체결되어 있었고 C가 채무초과 상태였으므로 채권 발생의 개연성이 인정되어 피보전채권이 되었습니다.사해행위와 사해의사: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빚을 늘려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거나 이를 더욱 심화시켜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해의사'는 채무자가 이러한 법률 행위로 인해 채권자들이 빚을 변제받기 어렵게 될 위험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인식은 고의나 의도를 넘어 단순한 인지(알고 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특히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하면 사해의사가 추정되며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고 추정됩니다. 수익자가 사해의사가 없었음을 주장하려면 스스로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 A와 B 모두 이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특정 채권자에 대한 담보 제공의 사해성: 채무자가 빚이 많아 모든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대물변제나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재산이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아니거나 가치가 채권액에 미달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C가 배우자의 친구인 피고 B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이에 해당합니다.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재산 처분 주의: 빚이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함부로 팔거나 담보로 잡히는 경우 나중에 채권자로부터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친인척이나 지인과의 거래는 더욱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채권자취소권의 적용 범위: 채무자의 재산 처분으로 인해 빚을 받을 수 없게 된 채권자는 법원에 해당 재산 처분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이 사해행위 발생 당시에 꼭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그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수익자(재산을 받은 사람)의 선의 주장: 채무자로부터 재산을 받은 사람(수익자)이 '나는 채무자가 빚이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주장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해행위임을 알았다(악의)'고 추정되어 계약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와 가까운 관계라면 더욱 입증이 어렵습니다.근저당권 설정도 사해행위가 될 수 있음: 재산 매각뿐만 아니라 채무가 많은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행위도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