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남편 D는 아내 A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몰래 이용하여 아내를 대리하여 본인의 대여금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채권자인 피고 B는 이 공정증서를 근거로 A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A는 대리권 없이 작성된 공정증서는 무효라며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D에게 A를 대리하여 공정증서를 작성할 대리권이 없었으며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도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원고 A의 강제집행 불허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남편 D는 2009년 8월 25일 아내 A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몰래 사용하여 A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채권자 피고 B와 자신의 대출 채무 6천만 원에 대한 연대보증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공정증서에는 채무 불이행 시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D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자 2018년 3월 피고 B는 이 공정증서를 바탕으로 A의 재산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A는 자신이 남편에게 연대보증 공정증서 작성을 위임한 적이 없으므로 이 공정증서는 무효라며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남편 D가 아내 A의 대리인으로서 공정증서를 작성할 정당한 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와 설령 대리권이 없었더라도 아내 A가 D의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하여 공정증서의 효력이 유효해질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남편 D가 아내 A로부터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할 대리권을 수여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D가 A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위임장을 작성했지만 이는 대리권 존재를 증명하는 간접 자료에 불과하며 A는 D에게 보증에 필요하다며 인감증명서를 요청했고 인감도장은 몰래 가져왔다고 진술한 점, 피고 B가 A에게 대리권 수여 사실을 확인한 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이 공정증서는 대리권 없는 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에 대해서도 공정증서상의 집행인낙 의사표시가 공증인에 대한 소송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이를 추인하려면 해당 공정증서를 작성한 공증인에게 그 의사표시를 공증하는 방식으로 해야 유효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단순히 원고 A가 공정증서 작성 사실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추인하지 않은 이상 무효인 집행권원이 유효하게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 B가 이 사건 공정증서를 근거로 원고 A에게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불허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 B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공정증서가 집행권원으로서 강제집행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행인낙의 의사표시가 유효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2001다45303, 45310 등)는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하여 공정증서가 작성된 경우 집행권원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남편 D에게 아내 A를 대리할 권한이 없었으므로 이 공정증서는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130조에 따르면 대리권 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습니다. 이 판결은 이러한 무권대리 행위의 추인에 대해 특별한 요건을 제시합니다. 즉 공정증서상의 집행인낙의 의사표시는 공증인에 대한 소송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대리권 흠결이 있는 공정증서 집행인낙에 대한 추인의 의사표시 또한 당해 공정증서를 작성한 공증인에게 그 의사표시를 공증하는 방식으로 하여야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2006다2803)를 인용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무권대리 사실을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추인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대리권이 있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효과를 주장하는 자 즉 이 사건에서는 피고(채권자)에게 있습니다(대법원 2008다42195 판결 참조). 피고는 A가 D에게 공정증서 작성 대리권을 수여했음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계약이나 법률행위 시에는 상대방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반드시 본인에게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는 대리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일 뿐 그것만으로 대리권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가족 간에도 금전 거래나 보증과 관련된 계약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본인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은 타인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동의 없이 사용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는 강력한 집행력을 가지므로 그 작성 과정에 본인의 의사가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본인의 의사와 다르게 작성되었다고 의심되면 즉시 법적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리권 없이 이루어진 행위를 나중에 본인이 인정(추인)할 경우 해당 행위는 소급하여 유효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증서와 같은 소송행위의 추인은 단순히 알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공정증서를 작성한 공증인에게 다시 정해진 방식대로 추인 의사를 표시해야 유효합니다. 이 점을 정확히 인지해야 불필요한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