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 A와 B는 피고 C로부터 두 개의 부동산을 총 9억 7천 5백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9천 7백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잔금 지급일에 피고 C는 제2부동산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도일을 며칠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원고들은 이를 계약 위반으로 보고 잔금 지급을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에 피고 C는 당일 임차인을 명도 완료하고 원고들에게 잔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원고들은 다음 날 피고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계약 해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원고들은 지급했던 계약금 9천 7백만 원의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에게 이행 지체로 인한 계약 해제권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와 B는 2017년 12월 6일 피고 C로부터 두 필지의 부동산(제1, 제2부동산)을 총 9억 7천 5백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총 9천 7백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특히 제2부동산에 대해서는 '현 임차인은 매도인(피고)이 잔금 시까지 명도시키기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명시했습니다. 잔금 지급일인 2018년 1월 31일, 잔금 지급 및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났을 때, 피고 C는 제2부동산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도일을 2018년 2월 3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원고들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은 이를 계약 위반이라며 잔금 지급을 거부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에 피고 C는 즉시 임차인에게 연락하여 당일 오후 3시경부터 이삿짐을 빼기 시작하여 오후 6시경 이사를 완료시켰고, 원고들에게 '매도인으로서 이행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다음 날인 2018년 2월 1일, 피고 C가 임차인을 잔금일까지 명도시키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계약 위반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후 원고들은 피고 C에게 기지급한 계약금 9천 7백만 원(원고 B 5천 8백 2십만 원, 원고 A 3천 8백 8십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매도인의 임차인 명도 의무가 잔금 지급 기일 내에 완전히 이행되지 않았을 때, 매수인이 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와 계약 해제를 위해 필요한 절차(이행 최고)를 거쳤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잔금 지급 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 피고의 부동산 인도 의무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이행 지체로 인한 계약 해제권이 원고들에게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C는 잔금 지급일이 종료되기 전에 임차인 명도를 완료하는 등 매도인으로서의 이행 준비를 마쳤으므로, 피고가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을 청구한 것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 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잔금 지급일 당일 피고가 임차인의 인도 연장을 요청했을 때 바로 잔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민법 제544조에서 정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즉, 피고에게 임차인 명도를 완료할 시간을 추가로 주지 않고 바로 계약 해제를 주장한 것은 적법한 해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피고는 잔금 지급일이 끝나기 전에 임차인을 명도시키는 등 매도인으로서의 이행 준비를 완료했으므로, 피고가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매도인의 부동산 인도 의무와 매수인의 잔금 지급 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는데, 원고들은 피고의 명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자신의 잔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계약 해제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부동산 매매 계약에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원칙적으로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촉구(최고)'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무 이행이 조금 지연된다는 이유만으로는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잔금 지급과 부동산 인도(명도)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동시에 이행해야 하는 관계(동시이행 관계)입니다. 한쪽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의무 불이행만을 주장하여 계약 해제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 시 특약사항으로 "잔금일 특정 시각까지 명도되지 않을 경우 계약은 즉시 해제된다"와 같이 계약 해제의 구체적인 조건을 명시하면 추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행을 지체하더라도, 지체된 이행이 당일 내에 완료될 가능성이 있거나 경미한 지연이라면 성급하게 계약 해제를 주장하기보다 상대방의 이행 노력을 지켜보거나 유예 기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 준비를 완료했음에도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오히려 잔금 미지급한 매수인이 계약 위반이 되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