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비 운전사인 나기사씨는 동네의 한 공터에 항상 본인의 굴삭기를 주차했습니다. 퇴근 후 굴삭기를 주차하려고 공터에 갔더니 누군가가 그 자리에 승용차를 대놓은 것을 발견한 나기사씨! 주차장소를 빼앗겨 화가 난 나기사씨는 승용차가 나가지 못하게 차량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장애물을 바짝 붙여놓은 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얼마 뒤 승용차 주인이 돌아와 경찰까지 불러 도움을 청했지만 차를 뺄 수 없었고, 다음 날 아침 나기사씨가 스스로 장애물을 치운 뒤 17시간만에 차를 뺄 수 있었습니다. 나기사씨의 이러한 행위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참조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주장 1
주민A : 차량 앞뒤를 가로막는 바람에 상당한 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된 것은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차량이 파손되는 등 물리적인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니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주장 2
주민B : 꼭 차량에 흠집을 내거나 망가뜨려야만 재물손괴죄로 처벌을 받나요? 무려 17시간동안 다른 차량 운행을 못한 것도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보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정답 및 해설
주민B : 꼭 차량에 흠집을 내거나 망가뜨려야만 재물손괴죄로 처벌을 받나요? 무려 17시간동안 다른 차량 운행을 못한 것도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것으로 보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는 주차된 차량을 이동하지 못하게 해당 차량 앞뒤에 장애물을 설치한 행위가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1. 원심판단[서울북부지방법원 2019.8.30. 선고 2019노882 판결]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의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서 '기타 방법'이란 손괴나 은닉과 같이 그 물건 자체의 형상, 속성, 구조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는 아무런 장애가 초래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서 말하는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 판단(대법원 2021. 5. 7. 선고 2019도13764 판결). (1)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타 방법’이란 「형법」 제366조의 규정 내용 및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 등에 비추어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여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합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는, 재물 본래의 용도와 기능, 재물에 가해진 행위와 그 결과가 재물의 본래적 용도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가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참조). (3) 피고인이 피해 차량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바짝 붙여 놓은 행위는 피해 차량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에 충분합니다. 비록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차량 자체에 물리적 훼손이나 기능적 효용의 멸실 내지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이 놓아 둔 위 구조물로 인하여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목적에 이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즉 이 판결을 통해 형법상의 재물손괴의 경우 반드시 물리적인 흠집이나 파손이 없더라도 본래의 사용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나기사씨는 장애물 설치로 피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함으로써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하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