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천, 14살 소년이 78분간 이어진 집단폭행 끝에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말 그대로 선택지가 '맞느냐, 죽느냐' 뿐이었던 겁니다. ‘맞을 바에 차라리 떨어지겠다’는 그의 절박한 외침은 누군가에게는 농담이었고 누군가에겐 외면이었죠. 결국 가혹한 폭행과 협박으로 아이가 자신을 지킬 마지막 방어책이라 여긴 건 난간 위 몸을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날 사건의 시작은 사소한 농담 한 마디에서 비롯됐습니다. A군이 인터넷 방송인 아버지를 비하하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친구인 피해자를 상대로 복수를 결심했죠. 전자담배를 빼앗고, 공원에서 넘어뜨리고, 얼굴과 몸을 폭행하며 ‘사냥놀이’ 하듯 끈질기게 괴롭혔습니다. 도망쳐도 다시 붙잡아 옥상으로 데려간 건 문제의 심각성을 넘은 처벌보다 사회가 처참히 놓친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법원도 이 사건을 단순한 청소년의 잘못이라 보기 어려웠습니다. 피해자가 극한 공포 속에서 생명을 담보로 도망치려 했고, 그 죽음이 가해자들의 폭행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일반 성인과 동일한 양형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징역 7년에서 3년에 이르는 무거운 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가해 행위에 대한 책임은 명확히 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러시아 출신 이주 여성으로 아들과 단둘이 어렵게 살아왔습니다. 그 한 시대의 가장 약한 목소리가 너무 쉽게 희생됐습니다. 가정과 사회가 이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아픈 현실, 강력한 처벌만으로 과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묻고 싶네요. 힘없고 무방비한 입장에서 자신을 지키려 절박하게 몸을 던진 청소년, 그 충격과 상처는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법은 가해자 처벌에 집중하지만 근본적인 예방과 보호는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 할 몫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