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만 2016년 이후 31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서 600건이 넘는 법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 처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부산에서 해임된 조합장이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노린 일,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이 총회 승인도 없이 대규모 공사 계약을 해놓고 수사까지 받는 단골 뉴스들은 일상입니다. 이쯤 되면 "회계감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오죠.
기존 외부 회계감사가 회계 부정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인 것처럼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가 직접 조합 사무 전반을 감시한다면 어떨까요? 서울 지방변호사회와 토지법 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답니다. 오민석 대표변호사가 제안한 '변호사 외부사무감사제'는 시장이나 군수 추천 변호사를 조합에 선임해 정기적으로 사무감사를 하고 결과까지 조합원에게 보고하게 하는 제도예요. 사무감사를 하지 않는 조합장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니 꽤 강력하죠.
이진형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제도의 가장 큰 장점으로 '사전 통제'를 꼽았어요. 외부 회계감사가 부정 발견에 머문다면, 변호사가 상시로 조합 의사결정 과정의 법적 위험을 감시해 문제 생기기 전부터 막아주는 셈이니까요. 당장 골치 아픈 변호비가 부담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분쟁과 법적 다툼 때문에 낭비되는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득일 겁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는 지역사회 신뢰 회복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재산 보호와도 직결됩니다. 이제는 단순 회계 감사 그 이상의 법률 감시가 필요한 시대라는 걸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