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해외 여행자들에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여행의 기대감과 설렘을 품는 공간이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와 니치 향수, 명품 가방 등을 면세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은 달콤한 의무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면세점에서 구매하지 않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다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소비 행태 변화뿐 아니라 공항 면세점 내부 구조와 더 큰 경제적 변화가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최근 환율의 급등을 들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 11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400원대를 기록하며 면세품 가격 경쟁력 감소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고환율은 면세점 상품의 실질 가격을 올려 국내 소비자와 해외 여행객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편적인 이유일 뿐, 면세점 사업 구조의 근본적 문제를 가리지는 못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면세점 사업자에게 객당 임대료 방식으로 고정 수익을 확보하며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객 수에 단가를 곱하는 체계로 매출과 무관하게 일정 임대료를 내게 하여 면세점 사업자가 매출 부진 시 직접적인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면세점 대기업들이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고 사업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면세점 주 고객인 중국 2030세대의 쇼핑 패턴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명품 화장품과 보따리상 중심의 대량 구매가 주를 이루었으나, 현재 이들은 SNS에서 경험 중심의 소비를 추구하며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체험을 선호합니다. 면세점이라는 고정된 진열장과 전통적 판매 방식이 이들의 요구에 맞지 않으면서 매력도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면세점을 공항 브랜드와 연계해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면세점과 공항이 함께 축제, 전시, 경품 행사 등을 운영하며 방문객 경험을 풍성히 만듭니다. 이러한 협력은 공항 공간을 단순한 통과 장소가 아닌 소비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창이공항의 경우 매출 공유형 임대료와 파트너십을 통해 공항과 면세점 모두에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구조는 사업 안정성과 사업자 부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적절히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업권 입찰 실패와 불확실성 증가는 면세점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전체 공항 비즈니스 모델의 재고를 요구합니다. 관련 법령이나 계약제도 면에서 고정 임대료 방식 대신 매출 연동형 임대료, 그리고 공항과 면세점 간 협력사업 추진 등 다양한 대안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면세점은 한국을 떠나는 여행객이 접하는 마지막 인상인 만큼 단순한 수익원이 아닌 국가 이미지와 관광산업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공항 운영 주체의 혁신적이고 선제적인 조치가 없다면 글로벌 시장 변화에 뒤처질 위험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