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현재 약 10조원 규모의 미국 해군 고등 훈련기 교체사업(UJTS)에 참여하고 있지만, 사장 부재로 인해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하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강구영 전 사장의 사퇴 이후 사장 직이 공석으로 남아 있어 회사 내부에서는 전략적 방향 설정과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26.41%의 지분을 보유하며, 수출입은행 역시 정부 지분 76.38%로 구성돼 정부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정권 교체 시마다 사장이 바뀌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과 리더십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임원진 개편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지면서 조직 정체와 의사결정 마비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미국 UJTS 사업은 한국이 처음으로 미군 전투기 시장에 진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로서 전사적 집중과 강력한 전략적 결단이 요구됩니다. 특히 조기 납품을 위한 선투자 비용이 매우 큰 만큼 명확한 투자 방향과 시기가 정해져야 하는데, 현재 사장 부재로 인해 이러한 핵심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예정된 KF-21 양산 승인과 FA-50 폴란드 2차 패키지 협상 등 다수의 주요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K방산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며 대통령 중동 순방 등 외교력을 활용한 수출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사인 KAI가 경영 공백으로 심각한 내부 동력 저하를 경험하는 상황은 국가 전략과 현장의 실행력 사이에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본 사례는 공공 지분이 높은 기업의 경우 정권 교체에 따른 인사 교체가 사업 연속성과 경영 책임 소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업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경영진 임명 과정에서 투명성, 전문성,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조속한 사장 임명으로 사업 추진의 법적·재정적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향후 KAI가 방산 분야의 핵심 글로벌 경쟁자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 복원과 함께 국내외 법률 및 계약면에서의 안정된 관리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