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기보고서 마감일에는 기업들이 마치 폭탄이라도 투하하듯 악재성 공시를 쏟아내는 광경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14일 코스닥 상장사가 발표한 공시 숫자는 무려 1554건에 달했고, 전날 대비 4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도 예외는 아니었죠. 원래 이렇게 보고서 제출일에는 공시가 몰려 시끄럽지만, 문제는 그 속에 사고 터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금양이라는 회사는 3분기 연결검토보고서에서 '의견거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는 회계 감사인이 회사 재무 상태를 너무 불투명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해 '계속기업으로 존속 가능성을 보증할 수 없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금양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452억원이나 더 많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도 미뤄진 상황이라 불안은 커집니다. 실제 한 투자자는 "상장폐지 된다면 1억 원 손실 가능"이라며 걱정하는 상황이니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에스엘에스바이오, 엔켐, 케이지에이 같은 회사들도 매출이 급감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있습니다. 매출액이 3억 원 미만이라는 소규모 회사들이 이런 상황이라는 점은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함을 의미합니다. 의약품 품질 시험 부문 영업 정지 등 규제 이슈까지 겹쳐 경영난이 심한 상태입니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는 3분기에 4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이 30% 넘게 감소하여 점주 상생을 위해 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출혈이 컸습니다. 제주항공과 하이트진로도 경쟁 심화, 환율 변동, 소비 침체 등 복합 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악재성 공시는 기업들이 공시 시간대에 숨을 곳을 갖고 싶은 '밀당'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무조건 반응하기보다는 차분히 리스크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분기 말에 쏟아지는 공시에는 신중히 접근하세요. "투자에 늦은 밤은 없다"지만, 악재성 공시가 몰릴 때 반사적으로 움직였다간 자산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