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들이 수사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신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행위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해당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라고 판단하여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청구인들은 2023년 1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고, 2023년 2월 1일 구속되었습니다. 같은 날 11시 45분경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사법경찰관은 청구인들의 변호인에게 전화하여 다음 날 오전 10시에 피의자신문을 진행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이후 같은 날 18시 47분경 신문 일시를 오후 2시로 변경한다고 다시 통지하고, 20시 14분경 변호인의 참여권 및 조력권을 보장하고자 시간을 변경했으니 참고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청구인들은 수사팀이 변호인과 일정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2023년 2월 6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변호인에게 일시를 고지하며 참석 여부와 다른 날짜를 원하는지 등을 문의했으나, 변호인은 참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다른 날짜를 언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신문 일시를 변호인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해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헌법재판소는 사법경찰관이 변호인에게 피의자신문 일시를 알린 행위는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피의자신문의 일시와 장소를 고지하고 변호인의 참석 가능 여부나 사정 등을 확인하며 피의자신문 일정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비권력적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으며, 이에 따라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이 사건은 공권력 행사의 정의와 그 범위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헌법재판소법 제72조 제3항 제4호: 헌법재판소는 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경우 이를 각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청구인들의 심판청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어 이 조항에 따라 각하되었습니다.
2. 공권력 행사의 범위 (헌법소원의 대상):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제기하는 권리구제 수단입니다. 여기서 공권력 행사는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한정되며, 경고·권고·시사 등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행정지도와 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비권력적 사실행위’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3. 권력적 사실행위와 비권력적 사실행위의 판단 기준: 어떤 행정청의 사실행위가 권력적 사실행위인지 비권력적 사실행위인지는 다음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수사기관의 일정이 ‘비권력적 사실행위’로 판단되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이 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의자 신문 일정을 통보받았을 때, 변호인 측은 참석 가능 여부나 원하는 다른 날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고 협의를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일방적인 통보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협의 시도나 요청에도 불구하고 거부당했다는 정황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을 때 제기하는 권리구제 수단이므로, 모든 행정행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님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