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 개시로 질병 공무원 당연퇴직 규정이 위헌임을 선고한 판결

공무원 김▽▽ 씨는 근무 중 뇌 손상으로 병가를 내고 질병휴직을 하던 중 배우자에 의해 성년후견이 개시되었습니다. 국가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피성년후견인이 된 김▽▽ 씨를 당연퇴직 처리하고, 그에게 지급되었던 건강보험료 및 급여 등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김▽▽ 씨의 가족들은 당연퇴직으로 인한 금원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관련 국가공무원법 조항의 위헌성 심사를 요청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당연퇴직시키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이 공무담임권을 지나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는 공무원의 직무능력 상실을 성년후견 개시만으로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직무 수행 가능성 및 회복 기회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관련 당사자

• 김▽▽: ○○지방검찰청 검찰공무원으로 근무 중 뇌 손상으로 피성년후견인이 되어 당연퇴직 처리되었고 이후 사망했습니다.
• 김○○, 김□□, 김△△ (김▽▽의 배우자와 자녀들): 김▽▽의 성년후견인이자 가족으로서, 당연퇴직 처분에 불복하여 금원 반환 소송을 제기하고 관련 법 조항의 위헌 심사를 요청한 제청신청인입니다.
• 대한민국: 김▽▽ 씨에게 당연퇴직을 통보하고 각종 급여 및 보험료 반환을 청구한 피고 당사자입니다.
• 서울행정법원: 김▽▽ 씨 가족의 소송을 심리하던 중, 해당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법원입니다.
• 헌법재판소: 서울행정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 해당 국가공무원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김▽▽ 씨는 1990년 검찰서기보로 임용되어 검찰주사까지 승진한 공무원이었습니다. 2015년 11월 5일 근무 중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어 업무 복귀가 어려워졌고, 이후 병가와 2년간의 질병휴직을 했습니다. 2016년 9월, 그의 배우자 김○○ 씨는 김▽▽ 씨의 금융거래 등을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고, 2016년 12월 15일 법원 심판으로 김▽▽ 씨에 대한 성년후견이 개시되고 김○○ 씨가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이 심판은 2016년 12월 31일 확정되었습니다.

김▽▽ 씨의 명예퇴직 신청 과정에서 검찰총장은 2018년 4월, 김▽▽ 씨가 2016년 12월 31일부터 피성년후견인이 되었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따라 당연퇴직되었음을 통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김▽▽ 씨는 당연퇴직일 다음 날인 2017년 1월 1일부터의 건강보험료 미납액 3,472,280원, 공무원·교직원 단체보험금 9,711,743원 반환, 당연퇴직일 이후 지급된 급여 26,110,210원 환수 등의 채무를 통보받았고, 김▽▽ 씨의 가족들이 이를 모두 변제했습니다.

김▽▽ 씨는 2019년 5월 27일 피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3일 뒤 사망했고, 그의 가족들은 2019년 7월 22일 변제한 금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 과정에서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의 '피성년후견인' 관련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인용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항 제1호(제33조 제1호의 '피성년후견인' 관련 부분)가 피성년후견인이 된 공무원을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헌법상 공무담임권, 평등권, 적법절차원칙을 침해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성년후견 개시만으로 공무원의 직무 수행 능력을 일률적으로 상실한 것으로 보아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헌법재판소는 구 국가공무원법(2015. 12. 24. 법률 제13618호로 개정되고, 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호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구 국가공무원법(2018. 10. 16. 법률 제15857호로 개정되고, 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9조 제1항 중 제33조 제1호 가운데 ‘피성년후견인’에 관한 부분 및 국가공무원법(2021. 1. 12. 법률 제17894호로 개정된 것) 제69조 제1항 중 제33조 제1호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결론

헌법재판소는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당연퇴직하도록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했지만,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헌재는 질병이나 사고로 정신적 제약을 겪는 공무원에게 휴직 등을 통해 직무 회복 기회를 부여하는 덜 침해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성년후견 개시를 이유로 즉시 퇴직시키는 것은 최소 침해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성년후견 제도가 본인의 잔존 능력을 활용하고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연퇴직 조항이 오히려 성년후견 개시를 주저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공익보다 공무원 개인의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법익 균형성도 상실했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국가공무원법 제69조 (당연퇴직) 및 제33조 (결격사유):

   • 이 사건의 심판 대상이 된 조항들입니다. 개정 전 국가공무원법은 피성년후견인을 공무원 임용 결격 사유이자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들이 공무원의 공무담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단순히 성년후견이 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의 직무 수행 능력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단정하고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의 직무 능력이 실제로 상실되었는지 여부를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 헌법 제25조 (공무담임권):

   • 모든 국민이 법률에 따라 공직에 취임하고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합니다. 이는 공직 취임의 기회뿐만 아니라, 일단 취임한 공무원의 신분이 부당하게 박탈되지 않을 권리도 포함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이 공무원의 직무능력을 사전에 획일적으로 판단하여 신분을 박탈함으로써 이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습니다.

3. 헌법 제37조 제2항 (기본권 제한의 한계 - 과잉금지원칙):

   •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비례의 원칙)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성년후견 개시로 인한 당연퇴직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휴직 등 덜 침해적인 대안 존재)과 법익의 균형성(공무담임권 제한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지나치게 큼)을 위반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4. 헌법 제34조 제5항 (사회보장 의무):

   • 국가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등으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이 불의의 사고로 정신적 제약을 겪게 된 경우, 국가가 이를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으며, 당연퇴직 조항은 이러한 사회국가 원리에 반하고 장애인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5. 민법상 성년후견제도 (제9조 성년후견개시의 심판, 제10조 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 제11조 성년후견종료의 심판 등):

   • 이 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을 보호하고 그들의 잔존 능력을 존중하여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연퇴직 조항이 성년후견 제도의 취지에 역행하여 오히려 성년후견 개시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으며, 성년후견이 개시되었다고 해서 정신적 제약이 영구히 회복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성년후견 종료 심판 제도 존재)을 강조하며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성년후견 및 공무원 신분 유지: 과거에는 성년후견 개시가 공무원 당연퇴직 사유가 되었으나,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해 피성년후견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게 되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질병이나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이 성년후견 제도를 이용하면서도 공직을 유지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2. 공무원 휴직 제도 활용: 정신적 또는 신체적 어려움으로 직무 수행이 어려워진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상 질병 휴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질병 휴직은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의 경우 최대 3년, 그 외 질병은 최대 2년까지 가능하며, 이 기간 동안 직무 회복을 위한 치료와 노력을 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3. 다양한 후견 제도의 이해: 민법상 후견 제도에는 성년후견 외에도 정신적 제약의 정도에 따라 한정후견이나 특정후견이 있습니다. 2021년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피한정후견인은 당연퇴직 사유에서 제외되었으므로, 본인의 상태와 직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후견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사회국가 원리와 공직사회: 공무원에게는 높은 윤리성과 직무 능력이 요구되지만,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능력이 일시적 또는 부분적으로 저하된 경우에도 사회국가 원리에 따라 최대한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공직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고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강조한 사례입니다.
5. 불합리한 퇴직 처분 시 대응: 피성년후견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퇴직 처분을 받거나 관련 급여 환수를 요구받는 경우, 행정소송 등을 통해 해당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고, 관련 법 조항의 위헌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