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금융
피고인 A는 대출 사기를 사칭한 사람의 제안에 따라 자신의 은행 계좌를 알려주었고 이 계좌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받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금융실명법에서 금지하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9년 7월 1일경 피고인 A는 대출업체를 사칭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허위의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도를 높여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 제안을 승낙하고 그 무렵 피고인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B) 번호를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이 계좌는 성명불상자가 저지른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금을 이체받는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러한 행위로 성명불상자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방조했다고 판단하여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계좌를 알려준 행위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에서 금지하는 '탈법행위'를 방조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이때 '탈법행위'의 범위가 '거래실적을 부풀리는 행위'인지 아니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인지가 불분명하여 각각의 경우에 대해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둘째,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해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즉 '방조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실적을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계좌를 알려준 경우 이는 금융기관을 기망하는 행위일 수는 있으나 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하는 '불법재산의 은닉'이나 '자금세탁' 등과 같은 정도의 '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자신의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것이므로 성명불상자가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만약 성명불상자의 행위를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으로 본다 하더라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자신의 계좌가 사용될 것을 미리 알았거나(미필적으로라도 인식) 방조할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주요하게 적용된 법률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입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규정에서 '탈법행위'의 범위를 해석할 때 앞서 열거된 '불법재산의 은닉'이나 '자금세탁행위'와 유사한 정도의 불법성을 가진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의 '거래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는 금융기관을 기망하는 행위일 수 있지만 앞서 열거된 행위와 같은 정도의 불법성을 가진 '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형법상 방조범의 성립 요건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돕는다는 '방조의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사용될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방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서 자신의 계좌 정보를 요구받거나 통장을 넘겨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거래실적을 부풀려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제안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므로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계좌 정지 및 금융 거래 제한 등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금융 계좌 정보(계좌번호 비밀번호 카드 등)를 알려주거나 넘겨주는 행위는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의심스러운 대출 제안은 반드시 제도권 금융기관에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