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용접작업 중 아연가스에 노출된 후 흉통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에 두 차례 내원했던 환자가, 두 번째 내원 시 의료진의 이형협심증 진단 및 선제적 혈관확장제 투약 지연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자, 환자의 배우자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첫 번째 내원 시 의료진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내원 시에는 환자의 증상과 심전도 검사 결과를 종합할 때 이형협심증을 진단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병원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하여, 병원이 유족에게 약 1억 1천7백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망인 C은 용접 작업 중 아연가스 노출 후 흉통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첫 번째 내원에서는 특이 소견이 없어 퇴원했으나, 이틀 후 다시 흉통이 재발하여 같은 병원에 두 번째 내원했습니다. 두 번째 내원 시 심전도 및 혈액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의 이형협심증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었고, 결국 망인은 심정지 후 사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 의료법인 B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첫 번째 내원 및 퇴원 시 이형협심증 진단과 적절한 처치, 그리고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두 번째 내원 시 이형협심증을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혈관확장제를 투약하는 등 적절한 처치를 할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와 위자료, 그리고 책임제한 비율입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두 번째 내원 시 이형협심증을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혈관확장제를 투약하는 등 적절한 처치를 할 주의의무를 적시에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으며, 이 과실이 망인의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내원 시의 진단 및 처치 지연 과실과 퇴원 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망인의 나이, 사건 경위, 의료진 과실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병원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하고, 총 손해배상액(일실수입, 장례비, 위자료 포함) 중 117,019,481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의사의 최선의 주의의무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등):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는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에 충분히 주의하고,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치료 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치료를 실시해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주의의무의 기준은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에 따라 결정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두 번째 내원 시 이형협심증 진단 및 선제적 혈관확장제 투약 등 적절한 처치를 적시에 하지 않은 것이 이러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행위상 설명의무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4다6749 판결 등): 의사는 의료행위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이나 합병증, 그리고 그에 대한 요양 방법이나 대처 방법에 대해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지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증상 악화 시 다시 내원할 것'을 고지했으므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보았으며, 이형협심증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 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에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사고 인과관계 증명책임 완화 법리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3822 판결 등):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므로, 환자 측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이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와 관련하여 해당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 즉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행위를 한 측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임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에게 이형협심증에 따른 심정지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민법 제763조, 제396조 유추 적용): 법원은 손해배상 사건에서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의 과실 또는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흉통 발생 이후에는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나 결국 연축이 풀리지 않아 사망에 이른 점, 사건 경위 및 의료진 과실 내용과 정도 등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응급실 진료 후 퇴원 시 증상 재발이나 악화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증상이 재발하면 즉시 병원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에게는 환자의 과거력과 현재 증상 변화를 상세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특히 구급차 내에서 이루어진 검사 결과나 이전 방문 시의 상황 등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의 상태 변화나 이전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과 같이 급성 악화 시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의 경우, 의료진은 선제적인 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증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으므로, 의료 행위 과정에서의 과실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에 다른 원인이 없음을 입증하여 인과관계를 추정받는 법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를 정할 때 의료진의 과실 내용과 정도, 환자의 당시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책임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