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산모 C가 피고 의료기관인 J의원에서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기 A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을 포함한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자, 아기 A와 부모 B, C가 의료기관 운영 의사들과 간호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의료진이 분만 과정 중 태아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하고, 분만 방법 선택을 지연했으며, 질식 분만 과정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고, 분만 직후 응급조치를 지연하는 등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의료진이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피고들은 이전에 합의가 있었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본안 판단에서는 피고 의료진의 각 주장에 대해 의료 과실이나 태아의 장애 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5년 7월 25일 새벽 1시 50분경 산모 C는 이슬과 진통으로 피고 J의원에 내원하여 입원했습니다. 의료진은 전자태아감시장치(NST)를 통해 태아 심박수를 관찰하며 분만을 준비했고, 오전 7시 10분경부터 옥시토신(자궁수축제)을 투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9시경과 11시 35분경 태아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산소 공급 및 자세 변경 등의 조치 후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오후 12시 15분경부터 태아 심박수가 80~90회/분으로 감소하여 정상 수치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 의사 D는 오후 12시 40분경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고, 13시 4분경 아기 A를 출산했습니다. 아기 A는 목덜미에 탯줄을 한 번 감고 있었고, 후방 후두위 자세였습니다. 출생 당시 A는 근긴장도가 떨어지고 자가 호흡이 약하며 청색증을 보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M이 산소마스크, 앰부배깅, 기관 내 삽관 등의 응급조치를 시행했고, A는 오후 1시 26분경 자발 호흡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A는 N병원으로 전원되어 치료받았고, 뇌MRI 검사 결과 경막하혈종이 확인되었으며,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에 의한 병변들이 확인되었습니다. A는 퇴원 후에도 반복적인 경련, 뇌성마비, 발달 지연 등의 장애를 겪고 있으며 평생 재활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아기의 부모는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이 같은 장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의료진이 분만 중 태아의 상태를 적절히 감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태아 곤란증 징후가 있었음에도 제왕절개 수술 결정을 지연하고 무리한 질식 분만을 시도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분만 직후 신생아에 대한 응급조치가 지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피고 의료진이 산모에게 분만 관련 위험성 및 대체 분만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원고들이 이전에 체결한 합의가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포기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전에 피고들이 주장한 '부제소합의'(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합의) 주장은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출생 3개월 후 이루어진 1,000만 원의 합의는 당시 아기의 심각한 장해를 예상하고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부제소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본안에 있어서는, 의료진이 태아심박수 감시 장치 기록을 모두 보존하지 않았다고 하여 진료기록 부실 기재로 단정하기 어렵고, 태아 심박수 감소 시 적절한 산소 공급 등 조치로 회복된 점을 고려하면 경과 관찰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태아의 목덜미 탯줄이나 후방후두위 자세만으로 제왕절개 수술이 필수라고 볼 수 없으며, 제왕절개 수술 결정 시점이 지연되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푸싱(복부 압박)에 대해서도 태아의 산소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뇌손상을 일으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분만 직후 응급조치 지연 주장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출산 전에 호출되었고, 분만 전 또는 분만 중에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의의 의견을 종합하여 응급조치 지연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설명의무 위반 주장 또한 질식 분만 시도에 과실이 없으므로 위험성을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1.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료인은 진료를 할 때 환자의 생명, 신체 및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하는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특히 분만과정에서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지체 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 설명의무 위반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및 자기결정권 침해) 의사는 환자에게 진료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위험성, 예상되는 결과, 그리고 대체적인 치료 방법 등을 설명하여 환자(또는 보호자)가 스스로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3. 부제소 합의의 효력 (민법 제105조 임의규정) 손해배상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원칙적으로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합의 당시 손해의 범위 확인이 어렵고, 후발 손해가 합의 당시 예상 불가능한 것으로서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만큼 중대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가 그러한 후발 손해까지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아기 A의 경우 출생 약 3개월 후의 1,000만 원 합의는 당시 발달 지연을 넘어 장해가 고정될 것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보아 부제소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 분쟁은 복잡하므로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분만 과정 중 태아 심박수 모니터링 기록이나 간호 기록 등 진료기록의 상세 여부와 보존 상태가 중요합니다. 태아 감시 장치의 경고음이 울렸을 때의 의료진 조치와 그 기록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태아 곤란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취한 조치(산소 공급, 자세 변경, 자궁수축제 중단 등)와 제왕절개 수술 결정까지의 시간, 그리고 그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셋째, 분만 직후 신생아 소생술의 단계별 시행 여부와 기록(심박수, 산소포화도 측정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프가 점수가 실제 신생아 상태와 일치하는지, 응급조치가 지연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중요합니다. 넷째, 의료기관과의 합의 시에는 현재 인지된 손해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발 손해(특히 발달 지연 아동의 경우 장기적인 예후)에 대한 고려와 명확한 합의 내용 작성이 필수적입니다. 손해의 범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나중에 더 큰 손해가 발생했을 때 다시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처치(예: 푸싱)의 시행 여부와 그로 인한 위험성, 그리고 진료기록에 해당 내용이 기재되었는지 여부 또한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의 부실 기재는 의료 과실을 입증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