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기타 형사사건
피고인 A는 대출을 받기 위해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해당 계좌로 입금된 1,500만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조직원이 지정한 다른 계좌로 이체하였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전화금융사기 조직과 공모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고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기소하였으나, 법원은 피고인이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파산 및 면책을 받고 금융거래가 제한된 상황에서 디스크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찾고 있었습니다. 2024년 6월 17일, 대출광고 문자를 보고 알게 된 이름 없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대출 문의를 했습니다. 조직원은 피고인에게 '창업대출'이 가능하다며 사업자등록증 발급을 권유했고, 피고인은 이를 발급받아 조직원에게 보냈습니다. 조직원은 피고인에게 주거래은행 거래내역을 요구하며 '거래내역이 부족하니 자신들이 만들어 주겠다'며 계좌이체 한도를 상향하도록 했습니다. 2024년 6월 24일, 조직원은 피고인에게 '거래내역을 만들려면 자신들이 입금하는 돈을 받아서 이체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피고인 명의 계좌로 1,500만 원 등 거액이 여러 차례 입금되자, 조직원이 지정한 토스뱅크 계좌로 여러 번 나누어 이체하도록 했습니다. 피고인 계좌가 의심거래로 우체국으로부터 지급정지되자, 조직원은 피고인에게 이체 상대방 G의 정보를 허위로 알려주며 우체국에 방문하여 지급정지를 해제하도록 지시했고, 피고인은 이에 따랐습니다. 다음 날에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또 다른 계좌로 돈을 이체하다가 다시 계좌가 정지되었고, 이후 피고인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아 기소했습니다.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 자신의 계좌를 제공하고 돈을 이체한 행위가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입니다. 즉,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했는지, 또는 그럴 가능성을 용인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행동했을 뿐,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전달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금융 지식이 부족하고, 조직원과의 대화 내용에서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으며, 은행에서 대면 거래 시 신분을 숨기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사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범죄사실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법리였습니다.
1. 미필적 고의: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불확실하지만,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미필적 고의의 존재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고,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의 심리 상태를 추인하여 판단합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을 위한 거래 실적을 만든다고 생각했을 뿐, 보이스피싱 범행과 관련되었음을 알았거나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증명책임과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질 증명력이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3.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선고): 이 조항에 따라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검사가 피고인의 전화금융사기 공모 및 편취의 고의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알 수 없는 사람의 지시로 본인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 다시 다른 계좌로 이체하는 행위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