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이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기 위해 후배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여 접근매체를 받은 행위와, 이후 다른 법인의 통장 및 OTP 카드를 성명불상자에게 일시적으로 빌려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양수 및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각각 양수 및 양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B에게 본인 명의가 아닌 B 명의로 주식회사 C 법인 대표 및 통장 개설을 부탁하여 법인 통장과 접근매체를 받았습니다. 또한, 2021년 12월경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성불상 'G'으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H 법인의 통장과 OTP 카드를 선릉역으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퀵서비스를 통해 'G'에게 해당 접근매체를 건네주었습니다. 이후 이 통장이 '리딩투자방' 사기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이 후배 명의로 설립한 법인의 통장 및 IC 카드, OTP 카드 등 접근매체를 넘겨받은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양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다른 법인의 통장 및 OTP 카드를 성불상 'G'에게 건네준 행위가 '양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후배 B으로부터 받은 접근매체는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법인 명의의 것으로,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반하여 사용·관리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접근매체 '양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성불상 'G'에게 접근매체를 건네준 행위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이 'G'에게 접근매체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인이 일관되게 '빌려주었다'고 진술한 점, 약 한 달 후 스스로 접근매체 권한을 되찾아 사업 용도로 재사용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이를 '양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구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었습니다.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의 양도 및 양수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조항의 해석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법리를 제시합니다. 첫째, 전자금융거래의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 그 접근매체는 '법인의 실질적인 의사'에 따라 사용·관리되어야 하며, 설령 명의상 대표로부터 접근매체를 넘겨받았더라도 실질적인 운영자가 법인의 의사에 따라 관리한다면 이를 법에서 금지하는 '양수'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접근매체의 교부가 단순히 '일시 사용을 위임한 것'인지 아니면 '양도한 것'인지는 접근매체를 건네주게 된 동기, 경위, 상대방과의 관계, 건네준 매체의 개수, 이후의 행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빌려준 행위가 모두 양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도 이 사건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통장을 개설하는 행위는 오해의 소지가 크고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인의 실질적인 운영자와 명의상 대표가 다를 경우, 접근매체 관리 방식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금융거래와 관련된 통장이나 IC 카드, OTP 카드 등 접근매체는 절대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양도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 친분이 있는 사람이거나 일시적인 대여라고 하더라도, 이 접근매체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될 경우 본인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동기와 경위, 사용 목적 등을 명확히 하고 상대방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방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금융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 것입니다. 본인의 사업 용도로 사용하던 계좌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잠시라도 접근매체를 넘겨주는 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