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한 62세 환자 E씨가 천공성 충수염 진단 후 보존적 치료를 받던 중 염증이 악화되었고, 이후 세 차례의 수술 과정에서 상행결장 천공 및 문합부 누출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전북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 수술 지연 과실과 1차 수술 시 상행결장 손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적절한 항생제 치료 미시행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환자의 기존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병원의 책임 비율은 50%로 제한되었으며, 피고는 원고 A(배우자)에게 27,467,608원, 원고 B, C, D(자녀들)에게 각 16,311,739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망인 E씨는 2019년 1월 8일부터 복통을 겪다가 1월 16일 전북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CT 검사 결과 충수돌기 미세천공으로 인한 복부통증으로 판단되었고,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어서 금식 및 항생제 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입원 후 1월 18일 새벽부터 발열 증세가 시작되었고, 해열제를 투여했음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19일에는 39.8도까지 체온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습니다. 이후에도 체온이 37.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등 발열이 지속되었고, 1월 21일 복부 CT 재검사 결과 충수 주위 농양이 증가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1월 22일 복강경하 맹장절제술 및 농양 배액술(1차 수술)이 시행되었습니다. 1차 수술 후 1월 23일 배액관을 통해 담즙 양상의 배액이 확인되어 1차 수술 부위 천공이 의심되었고, 응급으로 복강경하 우측 대장절제술(2차 수술)을 시행하여 상행결장 중간 부분의 천공을 발견, 봉합 및 문합했습니다. 2차 수술 후에도 발열이 지속되고 소량의 액체 저류 소견이 확인되어 1월 27일 복강 내 액체 배액을 위한 PCD 삽입술을 받았으나, 1월 28일 다시 발열과 오한이 나타났습니다. 결국 1월 30일 회장루 형성술(3차 수술)을 시행했고, 이전 수술 부위 문합부에서 0.5cm 크기의 천공 부위가 확인되어 봉합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 혈압 저하 및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하며 심정지가 발생하여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심폐소생술과 에크모 치료 중 복부 팽만과 혈액검사 상 헤모글로빈 수치 5.0g/dl 저하가 확인되어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되었습니다. 하지만 원고들이 연명 치료 중단을 결정하여 망인 E씨는 1월 30일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사망 원인은 지속적인 염증과 패혈증으로 인한 급성 심부전으로 추정됩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 지연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의 1차 수술 시 상행결장 손상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적절한 항생제 치료 미시행 과실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및 그 범위
법원은 피고 전북대학교병원 의료진에게 수술 지연 과실과 1차 수술 시 상행결장 손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환자 E씨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여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보존적 치료 실패 시 감염이 급격히 진행될 위험이 있었고, 발열 증세가 지속되고 고열까지 나타났음에도 즉시 수술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수술을 지연하여 감염을 악화시켰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1차 수술 시 복강 내 장기 조직이 취약한 상태였음을 고려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상행결장에 손상을 입혀 상태를 악화시킨 과실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항생제 치료 미시행 주장은 증상 발생 시 혈액배양검사 결과 확인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점, 항생제 효과가 없었던 원인이 결장 천공 및 문합부 누출 등인 점을 들어 기각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보존적 치료 선택이 의료진의 종합적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감염 악화 가능성까지 설명하여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하여, 원고 A에게 27,467,608원, 원고 B, C, D에게 각 16,311,739원 및 2019년 1월 30일부터 2021년 9월 7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환자의 증상 변화에 대한 의료진의 면밀한 관찰과 적시의 조치, 특히 환자의 기저질환을 고려한 치료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수술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장기 손상 역시 의료 과실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만 환자의 기존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기관의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의사는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맞춰 위험을 막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정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 사건의 경우, 법원은 환자 E씨의 보존적 치료 중 발열 등 염증 악화 징후가 명백했음에도 의료진이 즉시 추가 검사 및 수술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수술을 지연한 것을 의료과실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1차 수술 시 환자의 장기 조직이 염증으로 취약했음을 고려할 때, 수술 중 상행결장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역시 과실로 보았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가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주기 위해 발생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충수염 치료에서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선택은 의료진의 종합적인 판단에 맡겨질 수 있는 부분이므로, 보존적 치료가 실패할 경우 감염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까지 설명하여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선택하게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기각했습니다.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환자의 기존 질병 상태나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 환자 측의 요인으로 인해 중한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면, 형평의 원칙에 따라 의료기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환자가 이미 천공성 충수염과 감염이 진행된 상태였고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었던 점 등이 고려되어 병원의 책임이 50%로 제한되었습니다.
만약 복통과 같은 급성 증상으로 입원하여 보존적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치료 시작 후에도 발열, 통증 악화, 혈압/맥박 불안정 등 증상에 변화가 없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고, 추가 검사나 치료 계획 변경(예: 수술로의 전환)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과 같이 면역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치료 성공 가능성과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의 위험에 대해 의료진에게 명확히 알리고 추가적인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해야 합니다. 수술 후에는 배액관의 배액 양상, 체온, 통증 등 신체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담즙과 같은 비정상적인 배액이 확인될 경우 의료진에게 즉시 보고하여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치료 계획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