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환자 F가 H병원에서 정형외과 과장 D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 '파지돈'을 투약받던 중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자, 유족(원고 A, B, C)은 피고들(의사 D과 병원 원장 E)에게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D이 F의 파지돈에 대한 과거 반응 이력을 고려하여 투약을 피하거나 단계적으로 늘려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과거 F의 파지돈 투약 후 나타난 증상들이 아나필락시스를 예견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고 피부반응검사 결과도 음성이었으므로 의사 D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환자 F는 2017년 5월부터 H병원에서 '하지 열린 상처' 등으로 진료를 받으며 정형외과 과장 D의 처방에 따라 항생제 '파지돈 1g'을 여러 차례 투약받았습니다. 2017년 5월 23일 파지돈 투약 후 얼굴이 창백해지고 열이 나며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보였고 해열제를 맞았습니다. 이후 2017년 10월 28일 오른쪽 무릎 통증으로 H병원에 입원하여 파지돈 피부반응검사(AST) 결과 음성이었으나 간지럼증을 호소하여 2017년 10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다른 항생제를 투여받았습니다. 그러나 무릎 염증에 효과가 없자, 피고 D은 2017년 11월 1일 다시 파지돈 피부반응검사를 실시하여 음성임을 확인 후 오전 9시 50분경 파지돈 1g을 정맥 주사했습니다. 투약 중 F는 구토, 호흡곤란, 의식저하 증상을 보였고, I병원에서 치료받다가 2017년 11월 2일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인 원고 A, B, C은 피고 D과 병원 원장 E에게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과거 약물 반응 이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특정 항생제를 다시 투약하여 환자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경우, 의료진에게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의사 D이 환자 F에게 파지돈 1g을 정맥주사로 투약하도록 처방한 것에 의료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과거 F가 파지돈 투약 후 보인 증상(발열, 간지럼증)이 아나필락시스를 즉시 예견할 수 있는 '즉시형 과민반응'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파지돈 피부반응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의사에게 아나필락시스 발생을 예측할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본 사건은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해당합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의료행위에서는 의사가 의료행위의 전 과정에서 의료법규 및 의료수준에 따라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할 것이나, 이 경우에도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결과 의료과정에서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2003. 11. 27. 선고 2001다20127 판결)를 인용하며 판단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즉, 환자 측이 의료상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며 단순히 약물 투약 후 사망이라는 결과만으로는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D이 망인 F에게 파지돈을 처방할 당시, 이전의 반응 이력(2017년 5월 23일 발열 증상, 2017년 10월 28일 간지럼증)과 피부반응검사 결과(음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즉시형 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의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나필락시스는 즉시반응에 해당하며 과거 발열 증상이 항생제 투약이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약제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는 점, 그리고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투약 후 아나필락시스 발생률이 0.0001~0.1%로 낮은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과민반응이 의심되는 경우에 사용하는 '점진적 투약법'은 즉시형 과민반응이 의심되는 병력이 없고 피부반응검사가 음성인 경우에는 통상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라는 전문가 감정 결과도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