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산모 C가 이 사건 병원에서 유도분만 도중 태반조기박리로 인해 신생아(망아)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아의 아버지인 원고 A는 피고(병원 의사 B)에게 의료진의 감시 소홀, 태반조기박리 조기 진단 실패, 응급처치 지연, 설명의무 위반 등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산모 C는 임신 39주 3일째인 2018년 3월 24일 07:05경 이 사건 병원에 내원하여 유도분만을 진행했습니다. 07:30경 당직의사 F은 C의 자궁 경부가 5cm 열려 있고 태아 심박동수가 분당 142회임을 확인하고 분만대기실에 입원 조치했습니다. 09:00경 주치의 G은 분만 진행 속도가 느려 자궁수축촉진제 옥시토신 투여를 권유했고, C과 원고의 동의하에 09:30경부터 옥시토신을 투여했습니다. 11:50경 자궁이 7cm 열린 상태에서 양막이 파열되었고, 12:22경 분만이 임박했다고 판단하여 C을 분만실로 이동시켰습니다. 13:07경 분만 준비를 위해 태아심박동 감시를 잠시 중단했고, 13:14경 다시 감시를 시작했을 때 태아 심박동수가 분당 30~40회로 급격히 낮게 측정되자, G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13:30경 수술을 시작하여 13:36경 3.2kg의 여아(망아)를 분만했습니다. 망아는 출생 당시 자발호흡이 없고 심박동이 약했으며 아프가 점수 1분에 2점, 5분에 2점으로 매우 저조했습니다. 수술실에 대기 중이던 소아과 의사가 곧바로 기관 내 삽관과 응급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호전되지 않아 13:52경 H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망아는 2018년 3월 25일 06:46경 H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사망 원인은 C에게 발생한 태반조기박리와 은폐성 출혈로 인한 산소 및 영양분 공급 차단, 그리고 태아로부터 모체로의 출혈(feto-maternal hemorrhage)로 추정되었습니다. 망아의 아버지인 원고 A는 의료진의 과실(감시 소홀, 진단 지연, 응급처치 지연, 설명의무 위반)로 망아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합계 493,006,35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유도분만 중 산모와 태아 감시를 소홀히 했거나, 태반조기박리를 조기 진단하지 못했거나, 응급처치를 지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태반조기박리는 예측 및 예방이 어려우며, 옥시토신 투여가 태반조기박리의 원인이 될 의학적 근거가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1.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주의의무의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상식' 수준이며,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됩니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의료진이 유도분만 중 산모와 태아 감시를 소홀히 하고, 태반조기박리를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으며, 응급처치를 지연했다고 주장하며 주의의무 위반을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이 분만 과정에서 태아심박동수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분만실 이송 및 분만 준비 시 일시적인 감시 중단이 부적절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태반조기박리는 예측 및 예방이 어렵고 진단이 어려운 특성이 있으며, 의료진이 태아심박동수 감소를 확인한 시점으로부터 22분 만에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완료하는 등 응급처치가 지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의료과실의 입증책임 완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이나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가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예: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 결함이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의료상 과실의 존재는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하며,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41863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고는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의료과실 사실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의료진의 행위가 일반적인 의료수준에 비추어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설명의무 의사는 긴급한 경우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약품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하여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투약에 응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102209 판결 등). 그러나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투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 스스로의 결정이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일 때에는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옥시토신 투여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망아가 사망한 원인은 태반조기박리이며, 옥시토신이 태반조기박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옥시토신 투여와 망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설명의무 위반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