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코스닥 상장 회사 F의 주주들이 회사의 회계장부가 '역분식'으로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의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주주들의 주장이 불충분하고, 회사의 상황과 주주들의 청구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기각했습니다.
F 주식회사는 3년 연속 적자와 높은 자본잠식률로 2021년 5월 코스닥 주권매매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여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에 회사는 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주들은 회사의 최대주주 측이 의도적으로 회계처리 과정에서 적자 규모를 확대하는 '역분식'을 통해 지분율을 확대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했습니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주주들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채권자 A는 과거 F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으며, 현재 회사로부터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당한 상태였습니다.
주주들이 회사의 회계장부 및 서류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역분식' 의혹에 대한 충분한 소명이 있는지와 '만족적 가처분'의 예외적 허용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제기한 회사의 재정상태 악화 및 '역분식'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열람·등사를 요구하는 자료의 범위가 광범위하며 회사의 핵심 내부자료에 해당하고, 회사가 이미 공개 가능한 상당 부분의 자료를 제공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채권자 A가 과거 대표이사로서 회사 재정 악화에 일부 책임이 있고 현재 회사와 형사 고소 등으로 분쟁 중인 상황에서 열람·등사권 행사가 분쟁을 악화시키거나 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당한 목적을 결여한 부당한 청구라고 판단했습니다. 본안 소송 없이 권리 실현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만족적 가처분'의 엄격한 요건도 충족되지 않았기에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주의 회계장부 열람·등사권과 관련된 상법 제466조 제1항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주주가 회사의 회계장부와 서류를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만, 회사는 주주의 청구가 '부당함'을 증명하여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주주의 열람·등사권 행사가 부당한지 판단할 때, 그 행사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 악의성 유무, 회사업무 운영 또는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 회사의 경쟁자로서 정보를 경업에 이용할 우려가 있는지, 회사에 지나치게 불리한 시기를 택하여 행사하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7다2709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권자 A가 과거 대표이사로서 회사 재정 악화에 일부 책임이 있고 현재 회사와 형사 고소 등 분쟁 중인 점 등을 들어 청구가 분쟁을 악화시키거나 회사에 불리한 시기적 측면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본안 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만족적 가처분'의 경우, 피보전권리의 존재가 명백하고 본안 소송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발령된다는 원칙도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주장이 이러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주가 회사의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할 때는 단순히 의혹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구체적인 목적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증거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청구하는 자료가 회사의 핵심 내부 자료이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할 경우, 그 필요성을 더욱 명확하고 신중하게 입증해야 합니다. 회사가 이미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정보를 제공했다면, 추가적인 열람·등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열람·등사 청구가 회사 업무 운영이나 다른 주주들의 공동 이익에 해를 끼치거나, 청구하는 주주가 회사와 분쟁 중인 상황에서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법원은 이를 부당한 청구로 볼 수 있습니다. 본안 소송 없이도 권리 실현과 같은 효과를 내는 가처분 신청(만족적 가처분)은 피보전권리의 존재가 명백하고 본안 소송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