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 노동
피고인 A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사업장에서 근로자 D를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근로자 E의 퇴직금과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장의 관리인 선임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고용 관계에 대해 다툴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C 사업장에서 2018년부터 발생한 관리인 선임 분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F은 2015년부터 C의 관리인이었으나, 피고인은 2018년 8월 10일 서면 결의를 통해 F을 해임하고 자신이 새로운 관리인으로 선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F은 관리인 직무를 계속 수행했고, 양측은 관리인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및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등 법적 다툼을 벌였습니다. 2019년 5월 17일 법원은 F이 C 상가관리단의 관리인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고, 5월 23일에는 F의 직무집행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었습니다. 이 판결 이후 피고인은 관리사무실에 찾아가 F 측 직원들에게 퇴거를 요구했고, F과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D와 E에 대한 고용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고예고수당 및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복잡한 관리인 분쟁 상황이 D와 E의 고용 관계 및 임금 지급 의무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 A가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수당 및 임금 지급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특히 그러한 위반에 대한 형사상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은 복잡한 관리인 분쟁 상황에서 D와 E가 적법한 관리인인 F에 의해 고용된 근로자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형사적 고의를 부정할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가 주된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D와 E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서 금품 청산 의무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관리인 선임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D와 E가 적법한 관리인에 의해 고용된 근로자인지에 대해 다툴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즉, 민사상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상 처벌할 만한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의 금품 청산 의무와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 그리고 형사 처벌의 전제가 되는 '고의'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 (금품 청산):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따라 지급 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근로자 E의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이 조항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해야 하며,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해고예고수당).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근로자 D를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 150만 원을 즉시 지급하지 않아 이 조항 위반 혐의를 받았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벌칙): 제36조 또는 제26조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벌칙 조항이 적용되려면 사용자에게 해당 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형사상 '고의'의 판단: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에 따르면, 임금 등 지급 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임금 등 지급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 거절 이유, 지급 의무의 근거,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그리고 다툼 당시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적법한 관리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F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D와 E에 대해 자신에게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다툴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다고 보아, 형사상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판결):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형사상의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이와 유사한 관리인 분쟁이나 경영권 다툼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사업장의 대표자가 변경되거나 복수의 대표자가 주장될 경우, 직원들의 고용 관계에 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고용 승계 여부나 근로계약의 유효성 등 법적 문제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임금이나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등 근로자의 금품 청산 의무는 사업장의 대표자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분쟁 상황이더라도 법정 기한 내에 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셋째,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임금 지급이나 해고 예고를 지연할 경우, 민사상 책임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상 고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넷째, 근로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고용 관계가 불분명해질 경우, 고용노동부에 문의하거나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청주지방법원 2020
부산지방법원 2023
전주지방법원군산지원 2021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