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 시술 중 사망한 환자 가족의 병원 상대 손해배상 사건

평소 고혈압, 당뇨, 뇌졸중을 앓던 망인 G 씨가 가슴 통증으로 J병원을 찾았습니다. 담당 의사 E는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된다며 관상동맥 조영술과 중재시술(PCI)을 권유했고, G 씨는 이에 동의했습니다. 시술 중 G 씨의 우관상동맥 혈관벽이 손상되어 대동맥 박리가 발생했고, 응급처치 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다음날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E 의사와 J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F를 상대로 의료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치료 방법 선택, 설명의무 이행, 시술 과정, 응급조치 및 전원 조치 등 전반적인 의료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E 의사의 의료 행위가 의료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며,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환자 G의 배우자입니다.
• 원고 B, C, D: 사망한 환자 G의 자녀들입니다.
• 피고 E: J병원 심장내과 의사로, 망인 G 씨를 진료하고 시술을 담당했습니다.
• 피고 의료법인 F: 평택에 위치한 J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입니다.

분쟁 상황

망인 G 씨는 2020년 11월 27일 가슴 통증으로 J병원을 찾아 피고 E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습니다. E 의사는 심전도 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으나, G 씨의 병력과 증상을 바탕으로 관상동맥 질환을 의심하여 약물치료보다 관상동맥 조영술 및 중재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을 권유했습니다. G 씨와 보호자는 시술에 동의하여 2020년 12월 2일 이 사건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술 중 E 의사가 가이드와이어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G 씨의 우관상동맥 혈관벽 2곳이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관상동맥에서 대동맥 방향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하여 혈류가 감소했고, E 의사는 응급 스텐트 시술을 시행했습니다. 이후 E 의사는 G 씨를 상급병원인 K병원으로 전원시켰고, G 씨는 K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2020년 12월 3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 A와 자녀 B, C, D은 E 의사와 J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F를 상대로 망인의 사망에 대한 의료 과실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들은 피고 E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의료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약물치료 등 비침습적 치료가 합리적이었음에도 침습적인 시술을 강하게 권유하는 등 치료 방법 선택에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2. 시술로 인한 사망 가능성 등 합병증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동의서를 환자가 직접 서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3. 시술 과정에서 가이드와이어로 환자의 혈관을 찔러 대동맥 박리가 발생하게 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4. 시술 후 이루어진 응급 스텐트 시술이 부적절했으며 추가 손상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5.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까운 상급병원으로 전원하지 않고 먼 병원으로 전원시켜 응급수술을 지연시키는 등 전원 조치에 과실이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E 의사와 의료법인 F를 상대로 제기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E 의사의 의료상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 치료 방법 선택에 대한 판단: 망인의 고혈압, 당뇨, 뇌졸중 병력과 약 1년 10개월간 약물치료에도 흉통이 지속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관상동맥 질환 의심 진단 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관상동맥 조영술 및 중재시술을 권유한 것은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라고 보았습니다.
2.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판단: 시술 5일 전 망인과 보호자에게 시술 목적, 방법, 합병증(사망 가능성 포함) 등을 서면 동의서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의서에 보호자가 서명했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으며, 과도한 설명이 오히려 치료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3. 시술 과정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망인의 우관상동맥에 해부학적 변이가 있었고, 숙련된 의사가 표준적인 방법으로 시술했음에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합병증 발생만으로 곧바로 과실을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4. 응급조치 과정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사고 직후 시행된 응급 스텐트 시술로 혈류가 일부 회복되는 효과가 있었고, 추가적인 손상을 야기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5. 전원 조치 과정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판단: 사고 발생 후 약 15분 이내에 응급조치 및 전원 병원 확인이 완료되었고, 약 34분 만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점을 볼 때 전원 조치가 지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의 상태 악화는 사고 자체로 인한 것이지 전원 조치 과정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례에서 언급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의 주의의무 (대법원 2003다5795 판결 등)​: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로서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의사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서 치료 방법을 선택했다면 과실로 볼 수 없습니다.
• 의사의 설명의무 (의료법 제24조의2 제2항, 대법원 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등)​: 환자의 신체를 침해하는 수술 등 중대한 진료행위를 할 때는 질병 증상, 치료 내용,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동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의료법 제24조의2 제2항은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수술 등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설명의무는 의료행위 전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하며, 설명의무 이행에 대한 입증책임은 의사 측에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설명은 환자에게 불안감을 주어 치료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의료과실의 입증책임 (대법원 2004다45185 판결 등)​: 의료행위의 전문성 때문에 환자가 의사의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로 과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중대한 결과 발생만으로 막연히 과실을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합병증이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합병증 발생만으로 과실을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재판상 자백 (민사소송법 제288조)​: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 등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 번 성립된 재판상 자백은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한, 착오로 진실에 어긋나는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처음에 '의사가 망인과 보호자에게 함께 설명했다'고 주장했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려 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의료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료진과의 충분한 소통: 의사가 제시하는 치료 방법의 필요성, 예상되는 효과와 위험성, 다른 선택지 등에 대해 충분히 질문하고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 동의서 내용 확인: 시술이나 수술 동의서에 기재된 합병증, 부작용, 사망 가능성 등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의문점이 있다면 반드시 추가 설명을 요청해야 합니다.
• 의료 기록의 중요성: 모든 진료 과정과 설명 내용은 의료 기록에 남겨지므로, 필요시 의료 기록 사본을 요청하여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예상치 못한 합병증: 현대 의학에서도 모든 시술에는 일정 부분의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응급 상황 시 의사의 판단: 긴급한 생명을 다투는 응급 상황에서는 의사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 이때의 의료진의 결정은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단순히 결과만을 놓고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