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원고는 상가 건물의 임차인으로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근저당권 설정에 앞서, 이전 수탁자인 F이 피고 측 회사인 E과 형식적인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해당 부동산에 가등기를 설정해 주었으며, 이 가등기는 이후 피고에게 이전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가등기가 실제 매매 의사 없이 이루어진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이며, 가등기권자인 피고는 이를 알고 있었던 '악의의 전득자'이므로 가등기를 말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가등기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고, 피고에게 가등기 말소 등기절차를 이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1996년 상가 건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총 4억 9천만 원의 보증금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최초 수탁자인 J 주식회사의 부도 등으로 법적 분쟁을 겪었고, 법원으로부터 기지급한 임대차 보증금 중 4억 7천4백만 원을 반환받으라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2011년 F이 새로운 수탁자로 선임된 후, 원고는 2014년 12월 F과 다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앞선 판결액 등을 포함한 5억 3천2백만 원을 임대차 보증금으로 하여 해당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았습니다. 그러나 그에 앞선 2014년 11월 18일, F은 주식회사 E과 4억 1천8백만 원에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기로 예약하는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2014년 11월 20일 E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 가등기는 2015년 9월 21일 E의 대표 M의 아들이자 사내이사인 피고 B에게 이전되었습니다. 원고는 F을 사기로 고소했고, F은 수사기관에서 E과의 매매예약은 실제 매매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가등기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이며, 피고가 악의의 전득자이므로 해당 가등기를 말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부동산에 설정된 가등기가 실제 매매 의사 없이 이루어진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가등기를 이전받은 피고가 그 무효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신탁재산관리인이 선임된 상황에서 이전 수탁자 F이 원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의 유효성도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B는 현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소외 C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분당등기소 2014. 11. 20. 접수 제77592호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F과 E 사이의 매매예약 및 그에 따른 가등기 설정이 실제 매매 의사 없이 이루어진 통정허위표시로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100만 원의 예약증거금만 지급된 점, 매매대금 지급 내역이 일관되지 않고 불분명한 점, 그리고 F이 수사기관에서 형식적인 가등기였음을 진술한 점 등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또한, 피고는 E의 사내이사이자 대표의 아들로서 가등기 이전 당시 매매예약의 형식적 성격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아 '악의의 전득자'로 판단되어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F이 원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신탁재산관리인 선임 목적 범위 밖의 사안으로, F의 적법한 권한 내의 행위였다고 인정되어 원고의 근저당권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자신의 근저당권을 침해하는 무효인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본 사건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8조 제1항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이 조항은 계약 당사자들이 실제로는 법률 효과를 발생시킬 의사가 없으면서도 외형상으로만 어떤 법률 행위를 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 F과 E이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가등기를 설정한 것이 실제 매매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매매예약증거금 100만 원만 지급된 점, 매매대금 지급 내역이 불분명하고 일관되지 않았던 점, 그리고 F이 수사기관에서 형식적인 가등기라고 진술한 점 등이 통정허위표시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민법 제108조 제2항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통정허위표시가 무효일지라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선의) 거래 관계를 맺은 제3자는 보호받아 무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피고는 E의 대표 M의 아들이자 E의 사내이사로서, 가등기 이전 당시 이미 E과의 관계 등을 통해 매매예약이 형식적이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어 '악의의 전득자'로 간주되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지 못했고, 원고는 무효인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물권적 방해배제청구권: 물권(여기서는 원고의 근저당권)이 침해되거나 방해받을 때, 그 방해를 제거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원고는 자신의 유효한 근저당권을 침해하는 무효인 가등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채권자대위권: 채권자가 자기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채무자를 대신하여 행사하는 권리입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현재 소유자인 C을 대위하여 무효인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신탁재산관리인의 권한: 신탁재산관리인은 선임된 목적 범위 내에서 수탁자와 동일한 권리·의무를 가집니다. 그러나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수탁자가 여전히 권한을 가집니다. F이 원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수탁자와 수익자 간 이해상반 행위로 볼 수 없어, F의 적법한 권한 내의 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계약, 즉 '통정허위표시'는 실제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무효인 행위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 당사자들이 실제로는 아무런 법률 효과를 발생시킬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예: 매매대금의 현저한 불균형, 대금 지급 내역의 불투명성, 당사자의 진술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가등기가 설정된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가등기의 원인이 되는 계약의 진정성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매매대금이 시세에 비해 현저히 낮거나, 대금 지급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 계약의 실질적인 목적을 의심해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셋째, 신탁된 부동산의 경우, 수탁자의 권한 범위와 신탁재산관리인의 유무 및 그 권한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수탁자의 모든 법률 행위가 신탁법령 및 신탁계약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가등기가 제3자에게 이전되더라도, 그 제3자가 가등기 원인 행위의 무효 사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악의의 전득자),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등기 이전 거래 시에는 전 가등기권자와의 관계, 가등기 설정 경위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