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들은 바지 임대사업자를 내세워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임차인들에게 새로운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사업자'이며, 무자본으로 부동산을 인수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 기망 행위가 인정되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일부 부동산 건에 대한 공모 관계와 사기 이득액 산정 오류가 인정되어 원심의 유죄 부분이 파기되었으나, 전세사기 범죄는 여전히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사가 주장한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A에게는 징역 9년, 피고인 B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피고인들이 부동산 매매 컨설팅업자로서 분양대행업자 C과 공모하여, 실질적으로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사업자' H, O을 내세워 빌라 등의 소유권을 취득한 후,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차 보증금을 편취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입니다.
피고인들은 임차인들에게 새로운 임대인이 무자본 갭투자자라는 사실, 리베이트 지급 규모 및 방식, 매수인의 무자력 등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아 임차인들이 보증금을 떼일 위험에 처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거래는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는 '동시진행거래' 수법을 사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건축주 등으로부터 리베이트를 취득했습니다.
피해 임차인들은 대부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으나, 이는 최후의 구제 수단일 뿐 임대인의 자발적인 보증금 반환을 기대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들에게 새로운 임대인의 자력이나 무자본 갭투자 사실을 임차인에게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 및 그 고지의무의 주체가 누구인지였습니다. 매매계약이 임대차 보증금 완납 이후에 체결된 경우, 피고인들의 행위가 이미 사기죄가 기수에 이른 후의 불가벌적 사후방조에 불과한지 여부였습니다. 특정 부동산들(안산 현장, D 부동산, F 부동산)이 피고인들과 C의 공모 관계에 의한 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들이 취득한 재산상 이득액이 과다하게 계산되었는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들이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심에서 선고된 피고인들의 형량이 너무 무겁거나(피고인 측) 너무 가벼워서(검사 측) 부당한지 여부였습니다. 피고인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선고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이 적절한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게 징역 9년, 피고인 B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원심에서 각 징역 10년, 8년이 선고된 것보다 감형된 것입니다.
고지의무 및 기망행위 인정: 피고인들이 '바지 임대사업자'를 내세워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사실상 동시에 진행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취득했으며, 이때 새로운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들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거래 방식의 내재된 위험성 등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행위는 임차인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았습니다.
불가벌적 사후방조 주장 배척: 임대차 보증금이 납부된 이후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피고인들의 기망행위로 인해 임차인들이 임대인 변경에 대한 이의권을 포기하거나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며, 이를 불가벌적 사후방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모 관계 불인정 및 일부 무죄: 안산 현장: C이 단독으로 분양대행업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피고인들이 이 건에 대한 리베이트를 분배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D 부동산: 공모 시점 이전인 2021년 7월경 C이 사실상 단독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건으로 보아, 피고인들과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로 선고했습니다. F 부동산: H이 소유권을 취득한 지 약 한 달 후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어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동시진행거래 수법'과는 거리가 멀고, 피고인들이 리베이트를 분배받았다는 증거도 없어 무죄로 선고했습니다.
이득액 과다 계산 인정: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89의 경우, 임대차 보증금(1억 4천만 원)이 매매대금(1억 2천 9백만 원)보다 커서, 주택 매매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이득을 취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득액이 과다 계산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혐의 불인정: 피고인들과 C이 각자 빌라 등을 찾고 정해진 비율로 리베이트를 나누기로 약정했을 뿐, 특정한 직책이나 상하관계, 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를 조직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아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추징 부분 검사 항소 기각: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상 추징은 임의적인 것이고,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회복을 구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양형: 전세사기 범행의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 피해 규모(피해자 101명, 합계 약 309억 원 상당)를 고려하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전세보증보험이나 피고인 측으로부터 피해액을 변제받아 회복된 점, 45명의 피해자와 합의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을 위해 1억 3천만 원을 형사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기울인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형량을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전세사기 범행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임차인에 대한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이 실질적인 임대 의사나 능력이 없는 '바지 임대사업자'임을 숨기고 임대차 계약을 진행한 것이 기망 행위로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으나, '범죄단체조직 및 활동' 혐의는 부인되었습니다. 항소심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고 이득액이 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의 사회적 해악과 피해 규모를 고려하여 피고인 A에게 징역 9년, 피고인 B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전세사기 범행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형법 제347조 (사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바지 임대사업자'의 실체를 숨기고 임차인들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지 않아 임대차 보증금을 편취하거나 매매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얻었으므로 사기죄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합니다. 피고인 A, B는 분양대행업자 C과 함께 바지 임대사업자를 통한 전세사기 범행을 공모하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했으므로 공동정범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 사기죄의 기망 행위는 적극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재산상 거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소극적인 행위, 즉 특정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비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이 새로운 임대인이 '무자본 갭투자자'로서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사실, 동시진행 거래 방식의 본질적인 위험성 등을 임차인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고,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을 기망 행위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7도20682 판결 등에서 확립된 법리입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 배상신청인이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심에서 배상신청이 각하된 부분은 이 조항에 따라 항소심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조직):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 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범행이 공동정범의 수준을 넘어 범죄단체를 조직했다고 보기에는 규모나 통솔체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1항: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임의적으로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들이 직접 피해회복을 구하는 것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추징이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임대인의 신원 및 재정 상태 확인: 임대인(집주인)이 자주 바뀌거나, 명의상 임대인의 재정 상태가 의심스러운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통해 소유권 변동 이력을 확인하고, 임대인의 재정 능력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진행 계약의 위험성 인지: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이 동시에 진행되거나, 임차인이 보증금을 납부한 후 단기간 내에 소유권이 이전되는 '동시진행' 방식의 거래는 '무자본 갭투자'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고지의무 미이행 여부 파악: 새로운 임대인이 무자본 투자자이거나, 보증금 반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 기망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이러한 중요 정보를 요구하고, 불충분한 설명이나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계약을 재고해야 합니다.
전세 보증 보험 가입의 한계 이해: 전세 보증 보험은 최후의 보루이지만,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절차가 복잡할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별개로 임대인의 신뢰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부 등본, 건축물대장, 전입세대 열람 확인: 계약 전에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여 근저당 설정 여부, 소유권 이력 등을 확인하고, 건축물대장을 통해 불법 건축물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전입세대 열람을 통해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지 확인하여 보증금을 보호할 수 있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의 모든 당사자 확인: 임대인 본인 외의 다른 인물이 계약에 개입하는 경우(컨설팅업자, 분양대행업자 등), 이들의 역할과 계약에서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개입이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전세사기 범죄는 구조상 여러 당사자들이 개입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범의 범행 중 자신의 책임이 없는 부분까지 억울하게 본인에게도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하여 계약체결일 등을 유심히 살펴 일부 무죄를 받고, 구속된 피고인 대신 피해자 일부와 합의를 진행하여 1심 징역 8년을 5년으로 감형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