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소유권
개발 사업자인 원고(주식회사 A)는 토지 소유자인 피고(B)와 오산시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은 도시개발사업의 환지 지정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이후 제3자인 L조합이 해당 도시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개발사업 추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계약 해제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인 개발사업자 주식회사 A와 피고인 토지 소유자 B는 2020년 5월 6일 오산시 C 답 1,904㎡ 토지에 대해 매매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집단환지 지정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잔금 지급 시기도 '환지인가를 득한 후 주택건설사업승인 후 60일 이내'로 정했습니다. 계약에는 매수인이 사업 추진에 협조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공하며,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불가능할 경우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후 E 추진위가 해당 지역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2024년 3월 29일 오산 J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가 이루어졌고, 이 토지가 포함되었습니다. 이 추진위는 나중에 L 도시개발사업조합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피고는 2024년 5월부터 7월까지 여러 차례 원고에게 개발사업 지정 신청 등 계약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20년 5월 계약 체결 이후 5년이 지난 2025년 1월까지도 오산시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관련 개발계획서나 유사한 서류를 제안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이에 피고는 2024년 7월 29일, 원고가 도시개발사업 지정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의 인허가가 계약의 성립 조건이나 해제 조건이 아니므로 피고의 계약 해제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원고의 의무 불이행 또는 이행불능, 그리고 사정변경을 이유로 해당 토지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에 따라 원고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이 사건 매매계약이 피고의 2024년 7월 29일자 내용증명 또는 2025년 3월 20일자 준비서면 송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도시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되거나 그 업무를 대행하는 것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되었으나, 원고가 5년이 넘도록 인허가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점, 그리고 L조합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어 원고 주도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계약 해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원고의 이행지체, 이행불능, 그리고 사정변경의 원칙 모두에 해당하는 해제 사유로 인정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적 원칙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채무의 이행불능 (민법 제390조) 채무의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단순히 절대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법칙이나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도시개발사업에 필요한 토지 소유자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업 지정 신청조차 하지 못한 점, 그리고 다른 조합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 주도로 사업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행불능이 인정되었습니다.
2. 계약의 해제 (민법 제543조)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도시개발사업 추진 의무 이행을 여러 차례 촉구(최고)했음에도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피고가 이행지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사정변경의 원칙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들이 계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 일방에게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해진 경우,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의 중요한 전제였던 '원고가 사업시행자가 되거나 그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라는 사정이 L조합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됨으로써 현저히 변경되었고, 이로 인해 원고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도 정당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도시개발사업과 연계된 토지 매매 계약 시에는 사업 추진 주체와 의무, 인허가 조건, 계약 해제 사유 등을 계약서에 매우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수인이 특정 개발사업을 추진할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정해진 기한 내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이를 소홀히 하면 상대방에게 계약 해제의 정당한 사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계약의 목적이 특정 개발사업의 성공적 추진에 있다면, 사업의 진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계약의 기초가 되는 사정(예: 사업 주체의 변경)이 현저히 변경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다른 사업 시행자가 해당 지역의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되면, 기존 매매 계약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계약적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잔금 지급 시기가 특정 인허가 완료 시점으로 정해져 있는 계약에서는 해당 인허가 진행 상황이 계약 이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