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원고 A는 I그룹 회장 J의 투자 제안으로 C 회사에 1억 3천 5백만원을 투자하였으나 J는 사기로 밝혀져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C 회사는 투자금 편취 이후 채무초과 상태에서 피고 B에게 부동산 가등기를 양도했고 A는 이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A와 J 사이에 합의금 2억원에 민형사상 모든 합의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져 원심과 달리 항소심 법원은 A의 채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사해행위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18년 원고 A는 I그룹 회장 J의 사업 투자 제안에 따라 주식회사 C에 총 1억 3천 5백만원(₩135,000,000)을 투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J의 사기로 드러났고 J는 이후 사기죄로 징역 10년의 형을 확정받았습니다(2023. 12. 21. 대전지방법원 선고 2022노1578 판결, 2024. 4. 25. 상고기각 확정). 한편 주식회사 C는 채무초과 상태에서 2019년 8월 29일 피고 B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를 양도했습니다. 원고 A는 C에 대한 투자금 반환 채권 또는 손해배상 채권을 근거로 이 가등기 양도를 사해행위로 주장하며 취소와 가등기 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소송 진행 중인 2023년 9월 25일 원고 A는 J와 2억원 합의금으로 민형사상 모든 사건에 대한 합의를 완료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에 피고 B는 합의로 인해 원고의 채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서는 사해행위 취소 및 말소등기 청구가 인용되었으나, 항소심에서는 이 합의를 근거로 원고의 채권이 소멸했다고 보고 1심 판결을 뒤집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가 투자 사기 피해 이후 가졌던 주식회사 C에 대한 채권이 J와의 합의로 인해 소멸하였는지 여부와, 이 채권이 소멸했다면 피보전채권이 없어져 사해행위 취소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즉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피보전채권의 존재'가 소멸하였는지가 핵심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와 J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가 원고의 채권을 소멸시켰으므로, 원고가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할 근거인 '피보전채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판단입니다.
법원은 원고 A와 사기범 J 사이에 맺어진 합의서 내용을 근거로,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 및 민사사건에 합의금 2억원(₩200,000,000)을 J로부터 지급받으면서 민·형사 사건에 대한 모든 합의를 원만히 하였으며 추후 어떠한 민원도 제기치 않을 것을 약속하고 서명날인하여 각각 한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에 따라 원고의 채권이 변제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사해행위 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보전되어야 할 채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그 채권이 소멸했으므로 사해행위 취소 청구가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 핵심이 되는 법리는 '채권자취소권'과 그 행사 요건입니다.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인하여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 즉 '사해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이 사해행위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보전할 '피보전채권'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 A와 J 사이의 합의가 '민·형사 사건에 대한 모든 합의를 원만히 하였으며 추후 어떠한 민원도 제기치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었으므로, 이 합의로 인해 원고 A의 주식회사 C에 대한 채권(투자금 반환 채권 내지 손해배상 채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채권이 소멸했다면 더 이상 보전할 채권이 없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이처럼 합의의 내용과 범위는 기존 채권의 존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빼돌려 채권자가 돈을 돌려받기 어렵게 만들었을 때, 채권자가 그 재산 이전 행위를 취소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에게 '피보전채권', 즉 채무자로부터 돌려받을 돈이 있다는 것이 명확해야 합니다. 만약 채무자와의 합의나 변제 등으로 인해 이 채권이 소멸한다면 더 이상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민사 또는 형사 사건에서 합의를 할 때는 그 합의가 기존 채권을 소멸시키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합의서 작성 시에는 어떤 채권이, 어느 범위까지, 어떤 조건으로 소멸하는지 명확하게 기재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러 당사자가 얽혀있는 경우 (예: 사기범, 사기범이 운영하는 회사, 제3의 재산 양수자 등) 합의의 효력이 누구에게까지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