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 기타 형사사건
피고인 A는 주식회사 J의 대표이사로서, 피해 회사 G와 체온계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체온계의 원산지 문제와 제조사 I의 자금난 해결 명목으로 받은 7억 원의 사용처를 둘러싼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사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 역시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J의 대표인 피고인 A는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 피해 회사 G와 총 40만 개의 체온계 물품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당시 체온계는 국산이어야 하고 센서는 독일 또는 대만산이어야 한다고 합의되었으나, 실제 체온계 센서는 중국산이었고 중국에서 거의 완성된 제품이 국내에서 단순히 결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0년 4월 28일, 이 체온계 부품이 인천세관에서 '불완전 완제품'으로 판정되어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되었고, 중국산 원산지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통관이 가능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4월 29일 제조사 I의 대표 F으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았고, 이후 2020년 5월 4일과 5월 7일에 걸쳐 피해 회사 G로부터 총 7억 원을 '제조사 I의 자금난 해소를 통한 제품 공급 유지' 명목으로 지급받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 A가 세관 적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국산' 표시가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피해 회사를 기망하여 7억 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하며 기소했습니다. 또한, 예비적으로 7억 원을 I에 지급할 의사 없이 자신의 수익으로 충당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고인 A가 체온계의 실제 원산지가 '중국산'임을 인지하고도 '국산'으로 표시될 수 있다고 피해 회사를 속였는지, 그리고 제조사 I의 자금난 해결 명목으로 받은 7억 원을 I에 지급할 의사 없이 개인 회사의 수익으로 충당하려 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주위적 공소사실(원산지 관련 사기)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가 세관 적발 사실을 피해 회사에 알렸고, 7억 원을 받을 당시 체온계에 국산 표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공소사실(자금 편취 관련 사기)에 대해서도, 피해 회사로부터 받은 7억 원이 대여금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실제로 제조사 I에 해당 금액을 송금한 사실이 증거로 확인되어 편취의 고의가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피고인 A는 원산지 허위 고지 및 자금 편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이 사건의 주된 혐의로, 일반 사기죄보다 편취 금액이 큰 경우 가중 처벌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망행위(속이는 행위)', '기망당한 상대방의 착오', '재산 처분 행위', '재산상 이득', 그리고 '편취의 고의(돈을 가로챌 생각)'가 모두 인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고지의무 위반'이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세관 적발 사실을 피해 회사에 알렸고, 국산 표시 불가능 여부를 확실히 인식했다고 보기 어려웠으며, 받은 7억 원을 실제로 제조사에 송금했으므로 기망행위나 편취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항소기각): 항소심 법원이 검사의 항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항소를 기각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하기 위해 이 조항에 따라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 선고): 피고인에 대한 범죄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을 때' 무죄를 선고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나 편취 고의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실질적으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in dubio pro reo)에 따른 것입니다.
물품 공급 계약 시 제품의 원산지, 부품 원산지, 제조 공정 등 품질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을 문서화하고, 이를 실제 제품과 대조하여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합니다. 특히 '국산' 여부는 판매 및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거래 상대방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예: 통관 문제, 원산지 변경 가능성 등)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고의가 아니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은 서면으로 명확히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업 간 자금 대여나 지원 시에는 차용증 작성, 변제 시기, 이자율, 자금 사용 목적 등을 명확히 약정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특히 자금 수령자가 실제 사용 목적에 맞게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과정이나 중요 결정 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이메일 등의 의사소통 기록을 잘 보관하면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제조 과정이나 수입 및 통관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직접 관련 규정을 숙지하여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