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정비사의 소음성 난청 산재 인정 판결

원고 A는 2010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 11년 5개월간 택시 차량 정비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21년 9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우측 전농, 좌측 59dB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고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소음 노출 이력이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85dB 이상 3년 이상 노출)을 충족하지 못하고, 양측 돌발성 난청으로 소음 노출과 관련성이 낮다는 이유로 2022년 4월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의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나, 재심사위원회 요청으로 이 사건 사업장의 소음 수준이 79.1dB로 재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자신의 난청이 업무상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2010년 자동차 청진기 작업 중 발생한 강력한 충격소음으로 인한 것이라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택시 차량 정비 업무를 수행하며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아 장해급여를 신청한 근로자.
• 피고 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 업무를 담당하며 원고의 장해급여 신청을 처음에는 거부한 기관.

분쟁 상황

원고는 택시 정비 업무 중 지속적인 소음 노출과 2010년 엔진 실린더 폭발음으로 인한 급성 청력 손실(음향 외상)로 난청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산재 장해급여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의 소음 노출 수준과 기간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3년 이상 85dB)에 미치지 못하고, 난청의 주된 원인이 소음과 관련 없는 돌발성 난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장해급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 판결은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원고의 소음 노출 수준과 기간이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2010년 발생한 충격소음(음향외상)으로 인한 청력 손실이 '돌발성 난청'으로 분류되어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어야 하는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근로복지공단의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85dB 이상 3년 이상 노출)이 업무상 재해 인정의 '예시적 규정'이므로, 이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1. 원고의 청력 검사 결과가 소음성 난청의 특징과 일치하며, 내이염, 약물중독, 돌발성 난청 등 다른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었습니다.
2. 법원 감정의는 원고가 2010년 이미 양측 청력이 저하된 감각신경성 난청이었고, 당시 우측 귀에 돌발성 난청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2010년 이전 직업적 소음 노출 이력이 있다면 소음성 난청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3. 이 사건 사업장의 소음 수준이 재조사에서 79.1dB로 측정되었으나, 과거 환경은 더 열악했을 가능성이 높고, 24시간 노출 기준으로는 80dB도 허용 기준에 해당합니다. 원고는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콤프레샤 소음 등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4. 원고는 2010년 약 32세의 나이에 우측 농, 좌측 75dB 청력 손실로 청각장애 6급을 받았으며, 이는 노인성 난청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5. 원고는 2010년 자동차 엔진 점검 중 점화 플러그 폭발음에 노출되어 우측 전농이 발생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으며, 주치의 및 지인들의 사실확인서 등으로도 신빙성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음향외상성 난청'은 업무상 질병 범위에서 제외되는 '돌발성 난청'과 구분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법원은 원고의 난청이 업무 중 노출된 소음(누적 소음 또는 특정 시점의 음향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업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보아,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에게 내린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에 대한 해석과 적용에 관한 것입니다.

•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 재해)​: 이 조항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정의하고 있으며,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의 난청이 택시 정비 업무 중 소음 노출로 인해 발생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추단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례의 입장을 따랐습니다.

•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 및 제5항, 동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3] 제7호 차목 (소음성 난청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 시행령은 소음성 난청을 '연속음에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이고 특정 의학적 요건을 충족하는 감각성 난청으로 규정하며, '내이염, 약물중독, 돌발성 난청,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이 시행령의 인정 기준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며, 기준 외의 경우를 모두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 특히 '돌발성 난청'의 제외 규정에 대해 법원은 원인이 불분명한 '돌발성 난청'과 폭발음 등 특정 큰 소음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음향외상성 난청'을 구별했습니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법령이 음향외상성 난청을 업무상 질병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하여, 원고의 2010년 엔진 폭발음으로 인한 청력 손실 또한 업무상 재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적 해석을 통해 법원은 원고가 소음 노출 기준을 형식적으로는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실제 업무 환경과 음향 외상 발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난청 발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참고 사항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는 경우, 법령에서 정한 정량적인 소음 노출 기준(3년 이상 85dB)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들을 입증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업무 환경이 과거에 더 열악했거나, 측정된 소음 수준이 실제 노출 수준보다 낮았을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 24시간 노출 등 작업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한 소음 허용 기준을 함께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엔진 폭발음 등 특정 시점의 급성 음향 외상으로 인한 난청 또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진료를 받고, 발생 경위를 상세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의료 기록을 통해 난청의 유형이 소음성 난청의 특징(고음역 손실, 기도-골도 청력역치 차이 없음 등)과 일치하고, 내이염, 노인성 난청, 유전성 난청 등 다른 원인이 배제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확보해야 합니다.
• 주치의 및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학적 감정 결과는 업무상 재해 인정에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 사업주가 근로자의 재해 사실을 인정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 산재 인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