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집합투자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 B은 그 대표이사입니다. 피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2017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16개의 시리즈 펀드를 통해 총 1조 837억 원을 3,992명의 투자자로부터 모집하면서, 자본시장법상 의무인 증권신고서를 16회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원고 회사에 대해 12개월의 증권발행 제한 처분을, 원고 B에게는 76,300,000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펀드 상품을 운용하며 자금을 모집했습니다. 피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원고 회사가 발행한 여러 펀드들이 사실상 하나의 큰 모집으로 간주될 수 있는 '같은 종류의 증권'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펀드 투자자 수를 50인 미만으로 분리하여 증권 발행 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는 원고 회사에 대해 펀드 발행 활동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을, 원고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이 행정 절차상의 문제와 법리 적용의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처분이 처분 사유를 불특정하고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원고 회사가 발행한 여러 개의 '시리즈 펀드'가 자본시장법상 '같은 종류의 증권'으로 보아 투자자 수를 합산해야 하는 대상인지 여부, 만약 '같은 종류의 증권'이라면 50인 이상에게 모집하여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 원고들에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및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원고 A 주식회사에 내린 증권발행제한 12개월 처분과 원고 B에게 내린 76,300,000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유지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피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처분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펀드 목록을 제공했고, 원고들도 이를 토대로 의견서를 세 차례 제출하는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했으므로, 처분 사유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법원은 원고 회사가 발행한 각 시리즈 내 개별 펀드들이 투자 대상, 수익 구조, 목표 수익률, 판매 수수료율, 운용 보수율, 투자 위험 등이 매우 유사하거나 동일하며, 짧은 기간 내에 연이어 설정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들 펀드는 '같은 종류의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개별 펀드의 투자자 수를 합산해야 하며, 합산 결과 50인 이상에게 모집한 것에 해당하므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대상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자본시장법 개정(2018년 5월 시행) 이전 발행된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증권' 판단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원고 회사가 이들 펀드의 '발행인'이며, 투자신탁 자체가 발행인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법원은 원고들에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2017년 유사 사례에 대한 제재와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종류의 증권' 판단 기준을 이미 공표한 바 있고, 원고들이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은 법률 자문에서도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금융 당국에 추가 질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이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은 피고가 증권발행제한 기간 및 과징금 산정 시 위반 행위의 시기와 동기 등을 구분하고, 원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여 법령이 허용하는 최대치 내에서 처분했으며, 투자자 보호 및 유가증권 시장 건전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이 크다고 보아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9조 제7항, 제119조 제1항: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새로 발행되는 증권의 취득을 권유하는 행위(‘모집’)에는 발행인이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수리되어야 합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발행인의 재무상황이나 사업내용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 규제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 회사가 발행한 여러 펀드가 이 규정에 따른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 (‘합산기준’): 50인 이상 여부를 판단할 때, 청약 권유일 이전 6개월 이내에 해당 증권과 '같은 종류의 증권'에 대해 청약 권유를 받은 자들을 합산하여 산정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원은 '같은 종류의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투자자 보호라는 공모 규제의 취지와 자금 조달의 용이성이라는 상충되는 가치를 조화롭게 고려하여, 증권의 기초자산, 수익 구조, 수익률 등 투자자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투자자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원고가 발행한 여러 펀드들이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같은 종류의 증권'으로 인정되어 투자자 수가 합산되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 및 구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29조의2 (‘통합기준’): 2018년 5월 1일 시행된 이 조항들은 여러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여 개별적으로는 50인 미만으로 모집하는 방식으로 공모 규제를 회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자금 조달 계획의 동일성, 발행 시기의 근접성(6개월 이내), 증권 종류의 동일성, 대가의 동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둘 이상의 증권 발행이 '사실상 동일한 증권의 발행'으로 인정되면 하나의 증권 발행으로 보아 공모 규제를 적용합니다. 본 사건의 일부 펀드는 이 규정 시행 이전에 발행되었으나, 법원은 기존 '합산기준' 판단에도 통합기준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자본시장법 제132조 및 제429조 제1항: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한 발행인에 대해 증권 발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제132조), 위반 행위의 실질적 행위자에게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제429조 제1항). 본 사건에서 원고 회사와 그 대표이사는 이러한 법규 위반으로 인해 각 증권발행제한 12개월과 76,3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이유 제시 의무):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인 결정을 막고, 당사자가 행정 구제 절차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처분서 내용과 관계 법령, 처분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사자가 충분히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알 수 있었고 불복에 지장이 없었다면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으므로 이유 제시 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러 개의 펀드를 유사한 구조나 투자대상으로 연속적으로 발행할 경우, 개별 펀드의 투자자 수가 50인 미만이더라도 '같은 종류의 증권'으로 간주되어 투자자 수가 합산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같은 종류의 증권' 여부는 투자 대상, 수익 구조, 목표 수익률, 판매 수수료율, 운용 보수율, 투자 위험의 유사성, 발행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단순히 발행 형태가 다르다고 해서 별개의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련 법령의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부터 '같은 종류의 증권' 판단 법리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구법 시기에 발행된 펀드라도 공모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유권해석이나 과거 제재 사례를 통해 '같은 종류의 증권' 판단 기준이 공표된 경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고의 또는 중과실을 피할 수 있습니다. 펀드 발행 관련 법규 위반 시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등 실질적 행위자에게도 과징금 부과 등 제재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 시에는 처분 사유와 근거를 명확히 파악하고, 충분한 소명 자료를 준비하여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