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행정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한 회사가 철도 역사와 연결되는 지하 통로를 설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철도 역사 내 일부 시설을 철거하게 되었고, 이에 국가철도공단은 광고 및 임대 상가 유치 기회 상실을 이유로 회사에 3억 1천 4백만 원이 넘는 재산손실보상금을 부과했습니다. 회사는 일단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보상금을 공탁한 후, 이 부과 처분의 취소와 공탁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철도공단의 손실보상금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며, 관련 협약은 공법상 계약이 아닌 대등한 당사자 간의 '사법상 계약'이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원고를 포함한 여러 회사들은 G역과 연계된 주상복합용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협약에 따라 지하 동선축(지하공공보도)을 조성할 의무를 가졌습니다. 이 지하공공보도 설치를 위해 G역 내 일부 시설물을 철거해야 했고, 피고인 국가철도공단은 이로 인해 피고가 광고 또는 임대상가의 유치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며 원고에게 손실보상금을 요구했습니다. 원고는 내부적으로 보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일단 대표로 피고와 설치 협약을 체결하고 3억 1천 4백만 원이 넘는 보상금을 공탁한 뒤, 법적으로 다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이 보상금 부과 처분의 취소와 함께 공탁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철도공단의 재산손실보상금 부과 통보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지하공공보도 설치 협약이 공법상 계약인지 사법상 계약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재산손실보상금 부과처분 취소)와 예비적 청구(재산손실보상금 반환)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주위적 청구의 경우 피고적격과 대상적격을 모두 결하였고, 예비적 청구의 경우 협약이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여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국가철도공단이 원고에게 손실보상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한 행위는 법령에 근거한 공권력 행사로서의 '처분'이 아니며, 협약 또한 법령의 위임 없이 당사자들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한 '사법상 계약'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여러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처분 등): 행정소송법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처분'으로 정의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국가철도공단이 원고에게 손실보상금을 납부하라고 통보한 행위가 공권력 행사로서의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협약이 법령의 위임 없이 체결되었고, 보상금 부과에 대한 법률상 강제 집행 방법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합니다.
행정소송법 제13조 제1항 (피고적격): 취소소송은 그 처분 등을 행한 '행정청'을 피고로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처분 통보를 한 주체는 국가철도공단 본부가 아닌 '국가철도공단 수도권본부장'이었기 때문에, 법원은 주된 피고인 국가철도공단에 피고적격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 (당사자소송): 이 조항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당사자소송을 규정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협약이 철도산업법 등 공법적 근거 없이 원고의 개발사업을 위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된 '사법상 계약'이라고 보았으므로, 이 협약에서 발생한 손해배상금 반환 문제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예비적 병합): 이는 하나의 소송에서 주된 청구와 함께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다른 청구를 예비적으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법원은 '재산손실보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항고소송)과 '재산손실보상금 반환청구'(당사자소송 또는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는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달리하여 한쪽이 인용되면 다른 쪽이 부정되는 관계이므로, 서로 법률상 양립할 수 없는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당 기관의 행위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소송 절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분'으로 볼 수 없는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공공기관과의 협약이라도 그 내용과 목적이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고 법령에 명확한 근거 없이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되었다면 사법상 계약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의 통보나 협약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할 때는 해당 행위의 성격을 면밀히 검토하여 적절한 소송 유형(행정소송 또는 민사소송)과 피고를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공공기관과의 계약 시에는 손해배상 조항이나 분쟁 해결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하다면 해당 조항의 성격(공법적 또는 사법적)에 대한 합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