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망인 B는 가스감지기 설치, 시운전 및 점검 업무를 수행하던 중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A는 망인이 업무 중 유해화학물질과 전자기장에 노출되어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망인 B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주식회사 D에서 가스감지기 구매, 납품, 시운전, 점검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H 공장(반도체), I 공장(LCD), J 공장(의약품) 등 다양한 생산 현장에 출입하여 가스감지기 관련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17년 9월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2018년 10월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A는 망인이 반도체 및 LCD 생산 공장 등에서 유해화학물질과 극저주파 전자기장에 장기간 노출되어 이 질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하며 2019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를 거쳐, 망인의 업무 기간, 추정되는 유해물질 노출 수준, 취급한 가스감지기의 종류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2020년 9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역학조사의 불완전성을 간과하고, 반도체 제조 공정 근로자에게서 높은 백혈병 발병률이 나타나는 점, 유해화학물질 및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스감지기 설치 및 시운전, 점검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병한 급성골수성백혈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이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정당하다.
법원은 망인의 업무 내용과 근무 환경,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 및 수준,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 수준, 망인의 개인 건강 관련 정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및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역학조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망인이 반도체 공장 등 현장에서 근무한 기간이 전체 근무일수의 절반가량이었고, 시운전 작업은 실제 화학물질 투입 없이 이루어져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낮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검·교정 등 보완 작업 시에도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더라도 백혈병 발병에 충분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FSF 내 스크러버 주변 작업만으로 유해물질 노출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극저주파 전자기장 노출 역시 국제 기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고, 발암성 여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망인의 10년간 하루 1갑 흡연력도 인과관계를 저해하는 사정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의 희귀질환 관련 법리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망인과 유사한 직무 종사자군에서 질병 발병률이 특별히 높다고 볼 자료가 없고, 사업주의 협조 거부 등 특별한 사정도 없다고 보아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망인의 업무와 급성골수성백혈병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질병을 얻었을 때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원칙과 대법원의 관련 판례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업무상 재해의 정의): 이 법 조항은 '업무상 재해'를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으로 정의합니다. 즉,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업무와 질병 간 인과관계의 증명 원칙: 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그러나 질병의 발생이나 악화 원인이 업무 외적인 개인적인 요인(흡연, 음주, 유전적 소인 등)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는 측에 인과관계를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 질환에 대한 대법원 법리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하거나 첨단산업 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으로,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발병 원인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쉽게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 협조 거부,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유해요소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간접 사실'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업무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려웠고, 직접적인 고용주인 회사의 협조 거부 등의 사정도 없다고 판단되어 위 대법원 법리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철저히 준비하고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