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토지 및 주택 소유자인 원고들이, 자신의 부동산이 1966년부터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되었으나 50년 넘게 공원 조성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던 중 서울특별시장이 2020년 해당 구역을 근린공원으로 변경 결정하고 종로구청장이 실시계획 인가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하여 해당 처분들의 취소를 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재해취약성 분석 등 절차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공익과 사익 간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원고들의 재산권 및 주거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원고 A은 서울 종로구의 토지를, 원고 B는 그 위에 건축된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토지는 1966년 최초로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지정되었고, 주택은 1969년 적법하게 건축되었습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실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서울특별시장은 2020년 6월 29일 기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근린공원으로 변경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하였고, 종로구청장은 2021년 2월 25일 이에 기반한 도시계획시설(근린공원)사업 실시계획 인가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오랜 기간 사적 이용이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공원시설로 지정되어 주거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자, 이 처분들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서울특별시장과 종로구청장이 내린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처분 및 실시계획(변경) 인가처분이 국토계획법상 요구되는 절차적 요건(특히 재해취약성 분석)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위 처분들이 공익과 사익의 이익형량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2020년 6월 29일 고시 C로 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처분 중 원고들 소유 부동산에 관한 부분과 피고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이 2021년 2월 25일 고시 D로 한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변경) 인가처분 중 원고들 소유 부동산에 관한 부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고 각 처분은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판결이 그 전에 확정될 경우 그 확정일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실시계획 인가 처분에 절차적 위법(재해취약성 분석 누락)이 있다고 보았으며, 특히 약 50년 동안 구체적인 공원 조성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공원 지정 변경 처분이 원고들의 주거권 및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공익적 목적 달성 여부가 불분명한 반면 원고들의 사익 침해는 중대하여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장기간 공원 지정으로 인해 사유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토지에 대한 도시계획 변경 처분의 적법성을 다룬 사례로, 다음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구 도시계획법 제4조 및 헌법불합치 결정: 1999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는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소유자의 행위 제한에 대한 구 도시계획법 제4조가 토지 소유자에게 10년 이상 아무런 보상 없이 사적 이용권을 배제시키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제한으로 위헌임을 선언하고, 2001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법 개정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 해결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48조(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 위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도입된 조항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 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한 경우 그 결정은 효력을 잃게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들의 처분이 기존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실효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토계획법 제13조(광역도시계획의 기초조사) 및 제27조(도시·군관리계획의 입안 시 기초조사 준용): 행정청이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거나 변경할 때 미리 인구, 경제, 사회, 환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조사(기초조사)하고, 환경성 검토, 토지적성평가, 재해취약성 분석 등을 포함해야 하는 절차적 의무를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재해취약성 분석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행정계획의 이익형량 원칙: 행정주체는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 관련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공익 상호간, 사익 상호간에 정당하게 비교·교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이익형량을 한 경우 해당 행정계획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두189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들의 처분이 공익적 목적 달성 여부가 불분명한 반면 원고들의 주거권 및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제15조 및 구 도시공원법 제3조: 도시공원의 종류와 정의를 규정하는 법령으로, 근린공원과 도시자연공원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피고 서울특별시장은 도시자연공원에서 근린공원으로의 변경이 단순한 명칭 변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 법령들을 근거로 두 공원의 성격이 다름을 인정하여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오랜 기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어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은 토지 소유자의 경우, 행정청의 새로운 도시관리계획 결정이나 실시계획 인가 처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행정청이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하거나 변경할 때 법률에 정해진 절차(예: 기초조사, 환경성 검토, 토지적성평가, 재해취약성 분석 등)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적 의무를 누락한 경우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행정계획의 결정이 공익과 사익 간의 이익형량을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수행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수십 년간 구체적인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토지 소유자가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받아왔다면, 새로운 처분으로 인한 사유재산권 및 주거권 침해가 과도한지에 대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습니다.
셋째, 해당 토지의 지형적 특성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계획된 공원 시설이 실제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원으로서의 기능이 미흡하거나 기존 공원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주장을 통해 이익형량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상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 자체가 위법하다면 보상 여부와 관계없이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