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된 한 기업 대표가 미국 연방검찰이 인도 허가 당시의 공소사실과 다르게 재판을 진행하여 '특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한국 법무부장관에게 자신을 국내로 송환 요청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대표는 법무부장관의 이러한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법무부장관에게 특정성의 원칙 위반을 이유로 범죄인의 송환을 요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원고 A는 B 주식회사와 그 미국 자회사의 대표이사로서, 2012년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전신사기죄 및 대외무역법위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2012년 11월 미국은 한국에 원고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15년 2월 17일 원고를 미국에 인도할 것을 허가하여 원고는 미국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원고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미국 연방검찰이 당초 인도 요청 시의 공소사실(지방정부에 폐수처리장비 '터보 블로워'를 미국 내에서 제조하겠다는 허위 인증서로 납품하여 경기부양자금 편취 시도, 원산지 미표기)을 사실상 변경(민간 건설사에 '미국 일리노이주 바타비아 공장 제조' 허위 약정으로 계약상 대금 편취 시도, 원산지 잘못 표기)하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범죄인 인도조약 및 범죄인 인도법이 정한 '특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5년 11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에게 미국이 범죄인 인도조약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자신을 국내로 '송환'해 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은 법원의 범죄인 인도 결정에 따라 인도된 사건이므로 타국 재판에 관여하기 어렵고, 범죄인 인도조약 위반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하거나 반복 민원으로 종결 처리했습니다. 원고는 2017년 9월 1일 최종적으로 피고에게 송환 요청을 요구했으나, 피고는 같은 해 9월 11일 검토 결과 특정성 원칙 위반을 찾기 어렵고 미국 법원 재판에 관여하기 어렵다고 회신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송환 요청 의무를 다하지 않아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범죄인 인도조약 및 범죄인 인도법상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이 인도국(미국)이 '특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인도된 범죄 외의 사실로 재판을 진행할 경우, 인도된 자(원고)를 국내로 '송환'해 줄 것을 요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이러한 의무가 부재한 경우 원고가 피고의 부작위에 대해 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소를 각하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조약과 범죄인 인도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범죄인에게는 인도국에서 특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재판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인도국이 특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다른 범죄로 처벌하는 것에 대한 동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승인하지 않을 의무'는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에게 특정성의 원칙 위배를 이유로 범죄인을 '송환'할 것을 요청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까지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에게 법률상 응답 의무가 없어 원고의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은 부적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인으로 외국에 인도된 후 인도국에서 재판이 인도 허가 당시의 범죄 사실과 다르게 진행된다고 의심될 경우,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인도국이 '특정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인도된 범죄 외의 다른 범죄로 처벌하고자 할 때 이를 '승인하지 않을 의무'는 가지지만, 위반을 이유로 인도된 자를 적극적으로 '송환'해 줄 것을 요청할 법률상 또는 조리상의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인도된 개인은 인도국 내에서 해당국의 법률 절차에 따라 '특정성의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자신의 권리를 구제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