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조달청이 공고한 '구의 및 자양 취수장 이전 건설공사' 입찰에서 주식회사 A, C, E 등 여러 건설사들이 담합을 주도하여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하였고, 원고인 주식회사 유진컨스트택은 이들 업체가 내세운 '들러리 업체'로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담합 행위에 대해 원고를 포함한 관련 회사들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서울특별시장은 원고에게 11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절차상 하자가 있고 처분 사유가 없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서울특별시장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8년 조달청이 '구의 및 자양 취수장 이전 건설공사' 입찰을 공고하자, 주식회사 A의 대표이사는 수주 실적 부족으로 단독 참여가 어렵게 되자 주식회사 C, E 대표이사 등과 만나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2공구는 C이, 3공구는 E이 낙찰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원고인 주식회사 유진컨스트택을 포함한 총 17개 회사에 협조를 얻어 입찰에 참여하게 했습니다. 이 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특정 공종에서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여 공종별 기준 금액을 높였고,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다른 경쟁 입찰자들이 1단계 심사에서 탈락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C과 E이 각각 2, 3공구의 낙찰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2월, 이들 회사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담합 행위라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시정명령과 1억 2천6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2012년 5월경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사전 통지를 보냈고, 근거 법령의 일부를 수정한 재통지 과정을 거쳐 2013년 8월 5일 원고에게 11개월(2013. 10. 1. ~ 2014. 8. 31.)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행정 절차상 하자가 있고 담합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설령 담합이 인정되더라도 과징금과 벌금 등 이미 다른 제재를 받았고 가담 정도가 미약하므로 11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서울특별시장이 원고에게 내린 11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 절차상 하자에 대한 판단: 비록 피고가 처분 사전 통지서에 근거 법령 조항을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3호'로 기재했다가 실제 처분 시 '제7호'를 추가했더라도, 원고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조사를 받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상태였으며, 피고에게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담합에 대한 해명과 선처를 요구했으므로, 처분 원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졌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하자는 치유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 처분 사유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
3.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 법원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취지는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 확립과 지방자치단체의 불이익 방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17개 업체가 조직적으로 입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담합했고, 낙찰 금액이 약 280억 원에 달하는 상당한 액수였으며, 주도 업체와 들러리 참여 업체 간에 차등을 두어 11개월의 제한 처분을 내린 점(주도 업체는 2년)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가담 정도 미약, 다른 처분 이행, 사업상 불이익)을 감안하더라도 이 처분이 비례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처분 사전 통지): 행정청이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에는 미리 그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 내용, 그리고 법적 근거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는 당사자에게 처분에 대한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주어 처분의 신중함과 적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사전 통지에 기재된 근거 법령 조항에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당사자가 의견 진술 과정에서 처분의 구체적인 원인 사실을 충분히 알고 그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 그 하자는 치유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이나 계약의 적절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그 밖에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업무를 원활히 하고 공공 계약의 신뢰성을 확보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3호 (공정거래위원회의 제한 요청이 있는 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요청이 있는 자에게 적용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 지침상 원고에 대한 직접적인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이 없었으므로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7호 (담합 행위): 경쟁 입찰에서 입찰자 간에 서로 상의하여 미리 입찰 가격을 협정했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한 자에게 적용됩니다. 법원은 이 조항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나 과징금 부과 등과 관계없이 발주기관이 자체적으로 담합 행위를 발견하여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근거라고 해석했습니다. 담합은 실질적인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 협정을 의미하며, '들러리'를 세우는 행위도 이에 포함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남용되었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인 위반 행위의 내용, 해당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적 목적, 그리고 그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판단합니다. 행정청 내부의 처분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내부 지침에 불과하며 대외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준 자체가 불합리하거나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쉽게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입찰 담합의 심각성 인식: 공공 입찰에서 담합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입니다. 단순히 '들러리'로 참여하는 행위도 담합에 해당하며, 주도적인 역할이 아니더라도 엄중한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행정 처분 절차의 이해: 행정청의 처분 사전 통지에서 근거 법령 조항이 일부 변경되거나 오류가 있더라도, 처분의 핵심적인 원인 사실(예: 담합)을 당사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대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졌다면 절차적 하자가 치유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치와 별개의 행정 제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와 같은 제재 조치와는 별개로, 발주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은 담합 행위를 근거로 지방계약법에 따라 독자적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발주기관이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재량권 판단 기준 숙지: 행정기관의 제재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인지 여부는 위반 행위의 내용, 처분의 공익적 목적, 관련자의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담합과 같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공익 침해 정도가 크므로, 다소 불이익이 크더라도 재량권 일탈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직적인 담합은 더욱 엄중하게 다루어집니다.
관련 법규 적용 시점 확인: 행정 처분 시점에 적용되는 법규는 위반 행위가 발생한 시점의 법규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법규의 개정 내용과 부칙 규정 등을 정확히 확인하여 자신의 상황에 어떤 법규가 적용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