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건설공사 입찰 담합에 따른 업체 입찰 제한 처분 사건

원고 주식회사 A는 조달청이 공고한 'B 이전 건설공사 입찰'에서 다른 16개 회사와 담합하여 특정 업체(C, G)가 낙찰받도록 도운 혐의로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11개월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담합 사실이 없으며, 설령 담합이 인정되더라도 개정된 법령에 따라 제재 기간이 경감되어야 하고, 과징금 및 벌금 납부, 회사 존립 위태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상하수도 설비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이 사건 담합행위에 가담하여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은 당사자입니다.
• 피고 (서울특별시장)​: 원고에게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린 행정기관입니다.
• 담합 주도 업체: 주식회사 C (2공구 낙찰 예정), 주식회사 E (담합 주도 및 공동수급 참여 예정), 주식회사 G (3공구 낙찰 예정)입니다.
• 담합 가담 업체: 원고를 포함한 14개 회사(I, J, K, L, M, N, O, P, Q, R, S, T, U, V)로, 주도 업체들의 요청을 받고 들러리 형식으로 입찰에 참여하여 담합을 도운 회사들입니다.
• 관련 개인: F (주식회사 E 대표이사, 담합 주도), Y (원고 주식회사 A 대표이사), Z (원고 주식회사 A 입찰담당 직원)입니다.

분쟁 상황

조달청이 2008년 1월 18일 공고한 'B 이전 건설공사 2, 3공구 입찰'에서, 주식회사 C, E, G이 담합을 주도하며 2공구는 C이, 3공구는 G이 낙찰받고 E은 공동수급자로 참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원고를 포함한 15개 다른 회사를 들러리 업체로 끌어들여 사전에 조작된 높은 입찰가격을 투찰하게 함으로써 C과 G이 낮은 가격으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원고를 포함한 관련 업체들은 2012년 2월 9일 시정명령 및 1억 2,6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받았고, 형사처벌로 2011년 7월 15일 벌금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2013년 8월 5일 원고에게 구 지방계약법에 따라 11개월(2013년 10월 1일부터 2014년 8월 31일까지)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고, 원고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주식회사 A가 B 이전 건설공사 2, 3공구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과 담합 행위를 했는지 여부입니다.
2. 담합 행위가 인정될 경우 주식회사 A에 대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에 구 법령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개정된 신 법령을 적용하여 경감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3. 주식회사 A가 담합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이미 벌금 및 과징금을 납부했으며 회사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라는 주장을 고려할 때, 11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담합행위 가담 여부: 법원은 원고가 담합행위에 가담했음을 인정했습니다. E 대표이사의 진술, 원고가 직접 입찰내역서를 작성하지 않고 C 또는 E으로부터 받은 입찰내역서대로 투찰한 점, 관련 형사 확정판결에서 유죄가 인정된 점 등을 근거로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2.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 경감 주장: 법원은 이 사건 담합행위 당시 시행되던 구 지방계약법 시행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정 시행규칙 부칙에서 "이 규칙 시행 후 최초로 입찰공고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위반행위 당시의 법령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 법원은 11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방계약법의 공익적 취지, 17개 업체가 조직적으로 담합한 위법행위의 중대성, 원고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점, 담합 주도 업체들이 2년의 제한 처분을 받고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11개월의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 서울특별시장이 원고에게 내린 11개월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들이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합의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특히, 제8호는 입찰 또는 경매에서 낙찰자, 투찰가격, 낙찰 또는 낙찰률을 결정하거나 담합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원고를 포함한 업체들이 낙찰자를 결정하고 입찰가격을 담합한 행위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합의가 명시적일 필요 없이 묵시적 합의나 암묵적 양해, 순차적 의사 결합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지방계약법 제31조 제1항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경쟁의 공정한 집행을 방해하거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입니다. 이는 공정한 계약 질서 확립과 지방자치단체 이익 보호를 위한 것입니다.
3. 구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92조 제1항 제3호, 제7호 (부정당업자의 범위)​: 이 조항들은 제재 대상이 되는 부정당업자의 구체적인 유형을 규정합니다. 제3호는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를, 제7호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입찰·낙찰을 방해한 자 등을 포함합니다. 본 사건의 담합 행위는 이러한 부정당업자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4. 구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기준)​: 이 규칙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 당시에는 '경쟁입찰에서 입찰자 간 담합한 자'에 대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제한 기간을 규정했습니다. 법령 변경 시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위반 행위 발생 당시의 법령(구 법령)이 적용된다는 원칙이 이 사건에서 강조되었습니다.
5.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기준: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섰거나 남용했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의 내용,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처분으로 인한 개인의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합니다. 처분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어도 이는 내부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며, 처분 기준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입찰 담합은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되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뿐만 아니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및 과징금, 그리고 지방계약법에 따른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여러 형태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2. 명시적인 합의가 없었더라도 묵시적 합의나 암묵적 양해, 순차적인 의사의 결합으로도 담합이 성립될 수 있으므로, 경쟁 입찰 과정에서 다른 업체와 가격 정보를 공유하거나 특정 업체의 낙찰을 돕는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특히, 입찰 내역서와 같은 영업비밀을 공유하는 것은 담합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제재 처분의 기준이 되는 법령이 변경되더라도, 위반 행위 발생 당시의 구 법령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법령에 별도의 경과 규정이 없으면 행위 시 법령이 적용됩니다.
4. 행정처분으로 인해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이나 존립 위협이 발생하더라도, 위법 행위의 중대성, 공익 보호의 필요성, 다른 유사 행위 업체와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가 판단됩니다. 단순히 회사에 미치는 불이익만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과거에 유사한 위법 행위로 인해 과징금이나 벌금을 납부했더라도, 해당 행정처분이 별개의 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면 추가적인 제재 처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