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 A, B 부부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 투자한 12억 원의 손실을 주장하며, 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반대매매(강제 청산) 위험 고지 및 원금 보장 설명 부족 등으로 착오가 발생하였고, 판매사의 위법한 반대매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펀드에 대한 반대매매 자체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원고들이 직접적인 피해자에 해당하지 않고 착오 취소 요건도 충족되지 않으며,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주장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 B 부부는 2020년 2월 3일, 피고 D의 설명을 듣고 피고 C이 설정한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인 'I 펀드'에 총 12억 원(A가 10억 원, B가 2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 펀드는 주로 일본 엔화, S 주가지수 옵션, 원/엔 통화선물에 투자하며, 특히 W거래소의 S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풋옵션을 매수·매도하는 '롱-숏 투자 전략'으로 운용되었습니다.
2020년 2월 말 S 지수가 급격히 하락하자, 풋옵션 가격이 크게 올랐고, 피고 D이 관리하는 이 사건 계좌의 위험도는 2020년 2월 29일 0시 2분경 80%를 돌파했습니다. 이에 피고 D은 같은 날 야간시장이 폐장하기 전까지 이 사건 계좌에 보유하고 있던 S 풋옵션 전량에 대해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없이 '반대매매'(강제 청산)를 실행했습니다. 이 반대매매로 인해 원고들은 투자금 전액을 손실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D이 유럽형 옵션인 S 풋옵션에 대해 마진콜 없이 행한 반대매매(강제 청산)가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규에 비추어 위법한지 여부와, 이 위법한 반대매매로 인해 원고들이 직접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또한, 피고 D과 E가 펀드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반대매매 위험이나 로스컷(손실제한) 구조, 원금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착오를 유발했는지, 또는 적합성 원칙 등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는지도 주요 쟁점입니다. 최종적으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투자금 전액 손실이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확정되었는지 여부도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D의 S 풋옵션에 대한 반대매매가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자의 일임매매 금지 규정에 위반되고, 유럽형 옵션의 특성에 맞지 않으며, 반대매매 요건도 갖추지 못했고,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들의 청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원고들이 펀드 투자계약 착오 취소 및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으나, 원고들의 착오는 피고 D에 의해 유발된 '동기의 착오'로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착오가 인정되더라도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공격적인 투자 성향, 위험 고지 확인 등)이 존재한다고 보아 취소를 불허했습니다. 피고 E은행은 계약 상대방이 아니며 투자 권유를 직접 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피고 D의 위법한 반대매매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에 대해서는, 피고 D이 S 풋옵션 거래의 국내 중개사 지위에서 피고 C(집합투자업자)과의 위탁계약에 따라 반대매매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펀드의 투자자인 원고들은 위탁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지위에 있다고 봤습니다. 제3자에 의한 채권 침해 형태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피고 D이 원고들을 해하려는 고의 또는 해의를 가지고 위법한 반대매매를 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D은 원고들에 대해 직접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피고들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 E은행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펀드의 '투자 권유'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피고들에 대해서는 반대매매 약정의 존재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고 그 위법성은 판매 단계의 의무 위반이 아닌 피고 D의 해석·적용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로스컷 발동 관련 주장도 반대매매 위법성과 연결되는 문제로 보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 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이므로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 적합성 원칙 위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펀드 운용 방식 이해·확인 의무 위반 주장도 판매 단계의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액 전액 손실이 확정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펀드 잔존가치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손해의 발생 및 확정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에게 있다고 봤습니다.
본 사례와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자본시장법):
제3자에 의한 채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 일반적으로 채권은 배타적 효력이 부인되어 제3자가 채권을 침해하더라도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3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법규 위반이나 선량한 풍속에 위반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했다면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때 채권 침해의 위법성은 침해되는 채권의 내용, 침해 행위의 태양, 침해자의 고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해당 상품의 약관, 위험 고지서, 투자설명서 등을 꼼꼼히 읽고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위험, 옵션 매도 시 손실 무제한 등 일반적인 투자상품보다 훨씬 높은 위험을 수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상품의 위험 등급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본 사례의 원고들은 공격 투자 성향으로 분류되었음에도 '원금 보장'과 같은 설명을 기대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투자자의 성향과 상품의 실제 위험도 사이에 괴리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등 일부 금융투자상품은 '자본시장법'상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투자자의 투자 목적, 재산 상황,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하여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할 의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품에 투자할 때는 판매사의 설명 의무 범위가 일반 상품과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직접적인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청구는 '채권 침해의 위법성'과 '침해자의 고의 또는 해의' 등 추가적인 요건이 필요함을 유의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손해의 발생 및 확정 여부, 그리고 손해액의 구체적인 산정에 대한 증명이 중요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고들이 투자금 전액 손실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잔존가치가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손해액 전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펀드 운용 단계에서 발생한 손실(예: 위법한 반대매매)과 펀드 판매 단계에서 발생한 의무 위반(예: 설명 의무 위반)은 별개의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실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법적 주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