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노동
피고 회사에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발전설비 정비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 24명이 실제로는 피고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일했으므로, 이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여 피고 회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고 그동안의 임금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일부 원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피고에게 나머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하며, 모든 원고에게 임금 차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은 AF발전본부의 발전설비 경상정비 업무를 피고 회사(AB 주식회사)에 위탁했습니다. 피고 회사는 다시 여러 협력회사들과 하도급 계약을 맺었고, 이 협력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바로 원고들이었습니다. 원고들은 하도급 계약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피고 회사 직원들의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 회사의 조직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러한 관계가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피고 회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고, 자신들이 협력회사로부터 받은 임금과 피고 회사 정규직 직원들이 받은 임금 간의 차액을 보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회사와 원고들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도급 계약이 아닌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 만약 근로자 파견이라면 피고 회사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직접고용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임금 차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비교대상 근로자와 임금 차액 지급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한 업무에 종사한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B, C는 피고의 근로자로 간주되었고, 원고 A 등(22명)에 대해서는 피고에게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고용이 간주된 원고들에게는 미지급 임금 차액을, 고용 의무가 있는 원고들에게는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임금 차액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임금 차액 산정 시 비교대상 근로자는 피고 소속 4직급 근로자로 인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으며 그에 따른 임금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이는 하도급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업무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본 결과입니다. 원고 B, C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고,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명했으며, 모든 원고들에게 2022년 6월 2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포함한 청구금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본 판결은 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적용하여 판단되었습니다.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 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 및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 파견 관계의 성립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사용사업주)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들의 파견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후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고용간주 규정) 및 현행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제4호(직접고용의무 규정)가 적용되어 원고들의 직접고용 또는 고용 의사표시 의무가 피고에게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구 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니거나 2년을 초과하여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며, 현행 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 위반이나 무허가 파견 사업주로부터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직접 고용 의무를 부과합니다.
또한,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른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파견법의 입법 취지(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 도모)를 고려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파견근로자가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퇴사한 날로부터 진행된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작업계획서 작성)에서 피고 직원을 작업책임자로, 원고들을 작업조원으로 기재한 점 등은 피고의 지휘·명령을 입증하는 증거 중 하나로 활용되었습니다.
회사의 고용 형태가 '도급' 또는 '하도급' 계약으로 되어 있더라도, 실제 업무 현장에서 원청(또는 도급을 준 회사)의 직·간접적인 지휘·명령을 받고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일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원청 직원의 구체적인 작업 지시 및 작업조 편성, ▲원청 조직으로의 실질적 편입 여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는지 여부, ▲원청이 근로자들의 인사 및 노무 관련 권한을 행사하는지, ▲업무의 내용 및 전문성·기술성의 구별 여부, ▲작업에 사용하는 장비와 비품의 소유 주체, ▲임금의 실질적 부담 주체, ▲사무실 등 근무 공간 제공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이러한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 증거(업무 지시서, 회의록, 근무표, 장비 사용 기록, 급여 명세서, 동료 진술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직접고용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해당 업체에서 퇴사한 날로부터 진행된다는 판례의 입장을 참고하여, 재직 중에도 권리 행사가 가능함을 알아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