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판매 선지급금 반환을 둘러싼 여행사와 면세점 간의 분쟁

여행사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면세점을 운영하는 피고 회사에 다이공을 통한 면세품 판매를 위해 구매대금 선지급금 336억여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미사용 선지급금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피고가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선지급금을 제공하면 피고가 다이공 구매대금에 사용하고 매출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지급하며, 미사용 잔액은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미사용 선지급금의 반환을 거부한 것을 계약 해제 사유로 보고, 피고에게 미사용 선지급금 105억여 원을 원상회복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임치계약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일반 및 국내외 여행사업, 수출대행, 수출중개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다이공을 모집하여 면세점 매출을 일으키고 수수료를 받기로 피고와 계약한 당사자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B: 관광호텔업과 'C면세점'을 운영하는 회사로, 다이공을 통한 면세품 판매를 위해 여행사들과 모객 위탁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입니다.
• 주식회사 F 및 G: 피고의 최상위 모객 위탁 여행사 중 하나였으며, 원고와 피고 사이의 거래를 주선하고 업무 처리에 관여한 회사 및 그 운영자입니다.

분쟁 상황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로 국내 면세점들은 '다이공'을 통한 면세품 판매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행사들은 다이공을 모집하여 면세점에 송객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B'는 면세점(C면세점)을 운영하며 다이공 모객을 위해 여러 여행사들과 위탁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1년 1월경부터 피고는 일부 최상위 여행사들과 '면세품 구매대금 선지급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여행사가 구매대금의 일부를 미리 피고에게 지급하면, 피고가 이를 다이공의 면세품 구매대금에 충당하고 매출액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21년 4월 15일 피고와 이러한 방식의 '모객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4월 15일부터 2021년 5월 28일까지 피고에게 합계 33,630,000,000원의 구매대금 선지급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6월 7일 원고는 피고에게 '미사용 예치금'의 반환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피고는 2021년 6월 14일 '선지급금이 면세품 구매대금에 모두 충당되었으므로 반환할 금액이 없다'고 답변하며 반환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미사용 선지급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예치금 반환 약정을 위반했거나, 임치계약 의무를 불이행했거나, 피고 직원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했다는 다양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핵심 쟁점

1.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선지급금이 '예치금'의 성격을 가지며, 미사용 잔액은 언제든지 반환 청구할 수 있다는 약정('원고 주장 약정')이 존재했는지 여부.
2. 피고가 미사용 선지급금의 반환을 거절한 것이 약정 위반에 따른 이행거절에 해당하여 계약이 해제되었는지, 이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3. 계약 해제에 따른 피고의 원상회복 의무 범위, 즉 피고가 원고에게 반환해야 할 미사용 선지급금의 정확한 금액은 얼마인지 여부.
4. 원고가 지급한 선지급금이 민법상 '임치계약'에 해당하여 피고가 보관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5. 피고 직원이 원고를 기망하여 선지급금을 받아낸 불법행위나 이에 따른 피고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피고는 원고에게 10,535,161,836원 및 이에 대하여 2021년 6월 11일부터 2025년 2월 21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합니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합니다.
3.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합니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면세품 구매대금을 선지급하면 피고가 이를 다이공의 면세품 구매대금으로 사용한 뒤 해당 매출액에 일정한 비율을 곱한 모객수수료를 반환하고, 사용되지 않은 구매대금 선지급금은 원고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을 인정했습니다. 피고가 미사용 선지급금에 대한 매출 실행 및 충당을 거절하여 이행 거절 의사를 명백히 하였으므로, 원고의 해제 의사표시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상회복 의무로 미사용 선지급금 10,535,161,836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주장한 임치계약의 성립, 피고 직원의 불법행위 및 이에 따른 사용자 책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에서는 계약의 해석,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 및 원상회복의 원칙이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1. 처분문서의 증명력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67264, 67271 판결 등): 법원은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내용에 반하는 명확한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모객업무 위탁계약(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었으며, 이는 양측이 독립적인 계약 관계를 맺고 선지급금을 주고받았음을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2. 이행거절로 인한 계약 해제: 민법상 채무자가 계약의 이행을 거절할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경우, 상대방은 최고(이행을 독촉하는 행위) 없이 곧바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구매대금 선지급금을 면세품 구매대금에 사용하지 않고 반환을 거절하며 일관되게 '반환할 돈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이행거절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소장 송달로 해제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적법한 계약 해제로 인정되었습니다.
3.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며, 이는 계약 체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선지급금 중 면세품 구매대금으로 사용되지 않은 부분을 원고에게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총 336억 3천만 원의 선지급금을 지급했고, 피고가 원고에게 230억 9천4백여만 원의 모객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바탕으로, 적어도 105억 3천5백여만 원(33,630,000,000원 - 23,094,838,164원)이 미사용 잔액으로 남아있다고 보아 이를 반환하도록 명령했습니다.
4. 법정이자 및 지연손해금: 금전 채무의 이행 지체에 대해서는 채무불이행 발생 시점부터 법정이자(상법상 연 6%)가 부과되고, 소송이 제기되어 판결 선고일까지는 항쟁이 타당한 기간으로 보아 이 법정이자가 적용됩니다. 판결 선고일 다음날부터 실제 변제일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높은 지연손해금이 적용됩니다.
5. 임치계약 (민법 제694조): 임치계약은 물건을 보관하고 이후에 반환하는 것을 본질로 합니다. 그러나 원고가 지급한 선지급금은 면세품 구매대금에 충당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단순한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임치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원고의 임치계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6. 사용자책임 (민법 제756조):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임이 성립하려면 피용자의 불법행위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원고가 피고 직원의 기망 행위를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사용자책임 주장도 기각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서의 명확한 작성: 선지급금의 성격(예치금, 구매대금 충당 등), 사용되지 않은 금액의 반환 조건, 마진율, 수수료율 등 핵심적인 거래 조건들을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해야 합니다. 구두 약정이나 모호한 문구는 향후 분쟁의 소지가 됩니다.
2. 거래 내역의 철저한 기록 및 관리: 선지급금의 입출금 내역, 매출 발생 여부, 수수료 정산 내역 등을 상세하고 일관성 있게 기록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 피고의 내부 전산 시스템 기록, 입금확인증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되었습니다.
3. 선지급금의 사용 목적 확인: 선지급금이 특정 목적(예: 원고가 모객한 다이공의 면세품 구매)으로만 사용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하고, 다른 목적(예: 다른 여행사의 매출 충당, 외상 채무 변제)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관리 및 확인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4. 독립적인 법률관계 유지 증명: 여러 단계의 위탁 관계에서 개별 회사와 면세점 간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중간 위탁사의 하위 회사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비하여 독자적인 계약 및 거래 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 원고가 다이공 관리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피고에게 직접 선지급금을 지급한 사실 등이 원고의 독립적 지위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5. 이행 거절에 대한 명확한 대응: 상대방이 계약 이행을 거절하거나 약정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내용증명 발송 등 명확한 의사표시를 통해 계약 해제 등의 법적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습니다.
6. 마진율 및 수익 구조 명확화: 수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마진율, 수수료율 등에 대해 사전에 정확히 합의하고 이를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마진율 2%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원상회복 범위 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