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도주
2020년 11월 6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도로에서 장의 버스(피고 차량)가 출발하던 중, 우측 인도에 서 있던 망인 G이 중심을 잃고 차도 쪽으로 쓰러져 버스 뒷바퀴에 역과되어 현장에서 사망한 사고입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인 원고들은 버스 운전자의 안전운전 및 전방주의 의무 태만, 그리고 도로교통법 위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버스 보험사인 피고 주식회사 E에게 총 3억 5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사고가 전적으로 망인의 과실로 발생했으며, 버스 운전자에게 사고를 예견하거나 피할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G이 택시에서 하차하여 인도로 올라간 후 소지품을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리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중심을 잃고 차도 쪽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이때 마침 출발하던 피고 차량의 우측 뒷바퀴에 머리 부위가 역과되어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버스 운전자가 안전운전 및 전방주의 의무를 게을리하고 길가장자리 구역으로 운행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차량 운전자에게 교통사고 발생에 대한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 및 이로 인한 버스 보험사의 손해배상 책임 유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피고 차량 운전자는 운구 리무진을 뒤따라 정차 후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인도에 있던 망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차도 쪽으로 쓰러지는 경우까지 예상하거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운전자가 길가장자리 구역으로 운행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과속, 음주, 졸음운전 등 다른 주의 태만 사정도 없었습니다. 운전자와 탑승객들은 사고 발생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사고 후 구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고의나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사고는 전적으로 망인의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어, 버스 운전자의 과실이 없으므로 피고 보험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신뢰의 원칙이란 도로를 이용하는 자들은 다른 교통 참여자들이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타당한 경우, 그들의 이상 행동까지 미리 예측하여 사고를 방지할 주의 의무는 없다는 원칙입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9. 5. 선고 2000다12068 판결 등)에 따르면, 피해자나 제3자의 이상 행동이 개입되었을 때 그와 같은 이상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 상당하다면, 가해자 측에 사고 원인이 된 교통법규 위반이 없는 한 책임은 부정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버스 운전자가 인도로 올라선 망인이 갑자기 차도로 쓰러지는 것까지 예상하기 어려웠고, 도로교통법 제13조 제6항에서 언급된 길가장자리 구역 운행 위반 사실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에게 어떠한 과실도 인정되지 않아 피고 보험사는 면책되었습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예측 불가능한 이상 행동이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 운전자의 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운전자는 일반적인 교통 상황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주의 의무를 부담하지만, 피해자가 갑작스럽게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를 예측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번 사례처럼 보행자가 인도를 벗어나 차도로 갑자기 쓰러지는 등의 돌발 상황에서는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당시의 도로 상황, 차량의 운행 상태, 보행자의 행동 등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블랙박스 영상, CCTV 영상 등의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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