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고령의 환자가 치과에서 치아 발치 후 심한 감염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입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치과의사가 사전 검사를 소홀히 하고, 발치 후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를 적절히 처방하지 않았으며, 시술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치과의사가 발치 후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를 처방하지 않은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환자가 고령인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치과의사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여 일부 인용 판결을 내렸습니다.
망인 J은 2020년 11월 13일 K치과에서 35번 치아의 잔존 치근을 발치했습니다. 당시 망인은 감기로 소염진통제와 소화제를 복용 중이었으며, 치과의사는 발치 후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를 따로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발치 다음 날부터 망인은 통증을 호소했고, 2020년 11월 21일부터 발치 부위의 통증과 붓기가 심해져 다른 병원에서 봉와직염과 심경부 감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고, 2021년 8월 1일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은 치과의사의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치과의사의 치아 발치 전후 의료상 과실 (사전 검사, 약물 처방, 설명의무 위반) 여부 및 이로 인한 환자의 사망과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 그리고 손해배상 책임 범위가 주요 쟁점입니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5,477,397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11월 13일부터 2023년 11월 15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4/5를, 피고들이 나머지를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치과의사의 발치 후 항생제 등 약물 미처방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과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환자의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환자의 고령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치과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시 의사의 주의의무와 설명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환자 측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정한 사례입니다.
의료인의 주의의무 (민법 제750조, 제390조 관련): 의료행위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다루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주의의무를 가집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치과의사가 고령 환자의 발치 후 항생제 및 소염진통제를 처방하지 않아 감염 위험을 방지하지 못한 점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의료진은 환자 또는 그 보호자에게 시술 전 발생 가능한 위험, 환자의 상태에 따른 합병증 발생 가능성 및 그 예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며, 본 사건에서 치과의사가 발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결과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인과관계 추정의 완화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 등):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띠고 있어 환자 측이 의료인의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정을 증명하면, 의료기관 측이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입증하지 않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치과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약물 미처방 등)이 망인의 감염 악화 및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추정되었습니다.
책임제한: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법원은 의료행위의 특성, 위험성, 환자의 나이, 기왕증,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인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망인이 고령이었고 발치가 사망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치과의사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20%로 제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