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망인 F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갑상선 조직에 대한 세침흡인생검술을 받은 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목 부종 증세가 나타나 E병원 응급실로 내원했습니다. E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혈종으로 인한 상기도 폐쇄로 심정지가 발생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고 이후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망인의 유족들(원고 A, B, C)은 서울대학교병원과 E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해 시술 과정의 과실, 지혈 및 경과 관찰 소홀,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고 E병원에 대해서는 응급처치 과정에서 혈종 배액 미흡, 기도 확보 지연, 심폐소생술 지연 등의 과실을 주장했습니다.
망인 F는 자궁경부암 수술을 앞두고 갑상선에 암 전이 의심 소견이 발견되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갑상선 세침흡인생검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후 귀가하였으나 약 3시간 뒤 호흡곤란과 목 부종 증상이 나타나 E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E병원 의료진은 혈종으로 인한 상기도 폐쇄로 진단하고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망인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은 회복되었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습니다. 결국 망인은 약 3개월 뒤 사망하였고 이에 망인의 유족들은 두 병원의 의료 과실로 인해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이 갑상선 세침흡인생검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시술 후 지혈 및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는지, 그리고 시술 방법, 후유증, 주의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E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응급상황에서 혈종 배액술, 기관 내 삽관 또는 기관절개술을 통한 기도 확보,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지연하거나 부적절하게 시행하여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의 경우 시술 전 혈액응고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보며 시술을 진행했으며 시술 후에도 일정 시간 경과 관찰 후 귀가 조치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술 후 발생한 혈종에 의한 호흡곤란은 갑상선 세침흡인생검술의 드문 부작용이며 지연성 출혈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합병증으로 보아 시술 및 경과 관찰 과정에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술 전후로 시술의 필요성, 방법, 후유증, 주의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안내문을 교부하여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E병원 의료진의 경우 망인의 내원 당시 호흡곤란과 심한 목 부종 상태에서 혈종 배액술을 시도했고 기관 내 삽관이 어려웠던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정지 발생 직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자발순환회복 후 기관절개술을 시행하는 등 응급처치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양측 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서울대학교병원과 E병원 의료진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본 판결에서 적용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과실의 입증 책임 및 추정: 의료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의료과실의 입증이 매우 어려운 경우, 의료상의 과실 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과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막연히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에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라면, 그 합병증 발생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등). 설명의무: 의사는 환자에게 침습적 의료행위를 할 경우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 의료수준에서 예견할 수 없는 위험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41069 판결). 본 사건에서는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들이 주장하는 의료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유사한 의료사고 상황에서는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의료과실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수술이나 시술 후 드물게 발생하는 합병증의 경우 의료진이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면 의료 과실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시술 전후로 시술의 방법, 예상되는 위험, 후유증, 주의사항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응급상황에서의 의료진 조치는 환자의 당시 활력징후, 전반적인 상태, 그리고 당시의 의료 수준과 숙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실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사고 결과가 중대하더라도 의료진에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거나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의료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