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A는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K병원에서 코일색전술을 받던 중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뇌내출혈 및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어 현재까지 의식 없는 혼수상태에 있습니다. 환자 A와 배우자 B는 K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J를 상대로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과 시술 후 처치상 과실을 주장하며 총 1,187,616,65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에게 술기상 과실이나 시술 후 처치상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은 좌측 중대뇌동맥에 약 4.8㎜ 크기의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발견되어 2019년 9월 26일 K병원에서 코일색전술을 받았습니다. 시술 중 첫 번째 코일 삽입 후 뇌동맥류 파열 소견이 확인되어 뇌내출혈 및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했고, 이후 의식이 저하되었습니다. 의료진은 혈압을 낮추고 지혈 조치를 한 뒤 뇌 CT 검사에서 출혈을 확인했습니다. 환자의 의식 상태 악화 후 기도삽관을 시행하고 추가 CT 검사에서 출혈량 증가를 확인, 당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1차 수술(두개골 절제 및 뇌출혈 제거 등)을 시행했습니다. 이후에도 의식이 회복되지 않아 다음 날 오전 2차 수술(혈종배액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각성 혼수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병원 측의 의료 과실로 인해 이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K병원 의료진의 뇌동맥류 코일색전술 중 술기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와 시술 후 환자 A의 출혈에 대한 처치상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은 의료진이 미세도관 및 코일 조작을 미숙하게 하여 뇌동맥류가 파열되었고, 시술 후 출혈 확산을 예견하고 신속히 조치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1차 및 2차 수술이 지연되어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즉, 피고 병원은 원고 A과 B에게 어떠한 손해배상금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 중 술기상 과실 주장에 대해, 코일 삽입 과정에서 뇌동맥류가 파열된 것은 술기상 과실뿐만 아니라 미세도관 위치, 코일 저항, 뇌동맥류의 취약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첫 번째 코일 삽입까지 의료진의 술기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뇌동맥류 파열은 코일색전술의 일반적인 합병증 중 하나이며,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술기 미숙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술 후 처치상 과실 주장에 대해서는 뇌동맥류 파열 확인 즉시 혈압을 낮추고 항응고제 해독제를 투여하며 추가 코일 삽입으로 지혈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았습니다. 뇌 CT상 출혈 확인 후에도 환자 의식이 명료한 상태에서는 보존적 치료를 지속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통상적인 치료 범위에 해당하며, 의식 저하 후 기도 확보를 위한 기도삽관, CT 재촬영, 응급 수술 결정 및 시행까지의 과정도 통상 수술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지연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수술 후 2차 수술 시행 시점에 대해서도 환자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었고 동공반사가 확인되는 등 상태가 즉각적인 2차 수술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의료진의 처치에 과실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응급 수술 지연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초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의의 의견을 인용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료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려면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 손해의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는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환자 측에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39567 판결 참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의료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을 증명하여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다203763 판결 참조). 의료행위로 인해 후유장해가 발생했더라도, 만약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거나 그 합병증으로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후유장해 발생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뇌동맥류 파열이 코일색전술 중 5~7%의 비율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며, 의료진의 술기나 처치 과정에서 통상적인 기준을 벗어난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 시 치료 방법을 선택하기 전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여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의료 행위에는 일정 수준의 합병증 발생 위험이 따릅니다. 특히 코일색전술과 같은 침습적인 시술은 뇌동맥류 파열, 색전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의료진으로부터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시술 중이나 후에 환자에게 구토, 의식 저하 등 예상치 못한 증상이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고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대한 합병증이나 좋지 않은 예후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결과라면 의료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 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구체적인 행위와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