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원고인 합성수지 판매업체 주식회사 A는 피고보조참가인인 C유한회사와 세 건의 합성수지 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C유한회사의 요청으로 피고인 중국 법인 B유한회사가 원고를 수익자로 하는 신용장을 개설했습니다. 원고는 물품을 선적한 후 주식회사 E를 통해 신용장을 매입하여 대금을 받았으나, E가 피고에게 신용장 대금 지급을 요구했을 때 피고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E에게 받았던 대금을 반납하고 신용장을 돌려받은 뒤, 피고를 상대로 신용장 대금 853,968달러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수출 계약 물품을 변경하여 중대한 사기 거래를 했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 거절이 정당하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C유한회사 대리인 사이에 물품 변경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 피고가 주장하는 사기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피고에게 신용장 대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보조참가인에게 합성수지(PC OFF GRADE 및 POE OFF GRADE)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개설한 신용장을 통해 대금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선적한 물품이 당초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 제조사(I 주식회사)의 PC-1100 OFF GRADE 제품이 아닌 검정색 PC OFF GRADE 제품이며, POE 제품 역시 불순물이 섞여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은 이를 사기 거래로 보고 중국 법원에 신용장 대금 지급 금지 재정을 신청하고 공안국에 사기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신용장 대금 지급이 거절되자, 원고는 신용장 개설 은행인 피고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쟁점은 물품 변경이 사전에 합의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신용장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중대한 사기 행위'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신용장 개설 은행인 피고가 수출 물품 변경을 이유로 원고의 '중대한 사기 행위'를 주장하며 신용장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신용장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산정에 어떤 국가의 법률(준거법)과 이율을 적용해야 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미화 853,968달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연손해금은 2019년 3월 30일부터 2020년 2월 5일까지는 연 4.3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6.38%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 부분은 피고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판결의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보조참가인과의 수출 계약에서 물품을 변경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는 양 당사자 대리인 간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신용장 대금 지급을 거절할 만큼의 '중대한 사기 행위'로는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한, 신용장 법률관계의 준거법은 신용장 개설은행의 소재지국 법인 중국법이 적용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지연손해금도 중국 법에서 정한 이율을 적용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신용장 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신용장의 독립·추상성 원칙: 신용장은 매매 계약과는 독립적인 별개의 계약이므로, 은행은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일치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대금을 지급합니다. 물품 자체의 하자나 상업 계약상의 분쟁은 원칙적으로 신용장 대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신용장 매입이 적법하지 않거나, 수익자의 '중대한 사기 행위'가 밝혀진 경우에는 개설은행이 대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여기서 '중대한 사기 행위'는 단순히 계약 불이행을 넘어, 지급을 허용하는 것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물품 변경이 사전에 합의된 것으로 보았고, 설령 약정 성능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를 '중대한 사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용장의 독립·추상성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국제사법 제26조 (계약의 준거법): 당사자들이 계약의 준거법(어떤 나라의 법을 따를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됩니다. 신용장 거래에서는 개설은행이 서류를 심사하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특징적인 이행으로 간주되므로, 개설은행의 소재지국 법이 준거법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B유한회사가 중국 법인이므로, 신용장과 관련된 법률관계에는 중국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정이율): 이 법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금전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즉 지연손해금 이율을 정하는 국내 법률입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본래의 채권채무관계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연손해금은 본래 채무에 부수하는 손해배상이므로 본래 채무를 규율하는 준거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준거법이 중국법이므로, 대한민국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하는 이율(연 15%)이 아닌 중국 법에서 정하는 이율(연 4.35%, 연 6.38%)이 지연손해금 산정에 적용되었습니다.
국제 무역에서 신용장 거래를 할 때 유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물품의 종류, 사양, 등급, 품질 기준 등 중요한 계약 조건에 변경이 생길 경우,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히 합의하고 계약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는 추후 분쟁 시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OFF GRADE'와 같이 품질이 일반 제품보다 낮을 수 있음을 나타내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제품의 구체적인 품질 기준이나 허용 가능한 품질 편차를 계약서에 명시하여 오해를 줄여야 합니다. 신용장 거래는 '독립·추상성 원칙'에 따라 은행이 서류만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수출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신용장 대금 지급 거절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익자의 '중대한 사기 행위'가 입증되면 예외적으로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이때의 사기는 단순한 계약 위반을 넘어 지급을 허용하는 것이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여야 합니다. 국제 계약에서는 분쟁 발생 시 어떤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지(준거법) 미리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거법을 명시하지 않으면 국제사법 규정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지연손해금 이율 등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사전에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