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주식회사 A는 한때 같은 그룹에 속했던 주식회사 B와 피고 C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1,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B가 M에 매각된 후에도 상품공급 및 물류용역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피고 C을 포함한 피고 B의 임직원들이 원고의 해외사업 매뉴얼, 브랜드 운영 매뉴얼, 영문규격서, 개발완료보고서, 해외사업 관련 자료, 디자인 시안, 신제품 출시 및 가격 정보, 가맹점 매출 정보 등을 부당하게 취득, 사용, 공개하여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정보가 영업비밀의 요건인 경제적 가치성, 비공지성, 비밀관리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부정경쟁방지법상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원고의 전산망을 침입하여 정보를 취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 회사와 원고 사이의 특수한 관계(같은 그룹 소속, 인적 교류, 정보 공유, 계약에 따른 정보 제공 등)를 고려할 때 피고들의 정보 취득 및 사용 행위가 사회 통념상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인 주식회사 A와 피고 주식회사 B는 과거 'F그룹'에 함께 속하여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관계였습니다. F그룹이 자금 조달을 위해 피고 회사의 상장을 추진했으나 어려워지자, 2013년 6월 피고 회사를 M에 1,130억 원에 매각하게 됩니다. 이 매각과 함께 원고는 피고 회사와 10년간 배터믹스, 소스 등 상품 제조 및 공급, 그리고 물류용역을 전속적으로 담당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매각 전 원고의 부사장이자 사내이사였던 피고 C은 매각과 동시에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이직했습니다. 이후 피고 회사의 매각 과정에서 원고가 가맹점 수와 자산 상태 등을 허위로 진술했다는 이유로 국제중재 및 국내 법정에서 손해배상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피고 C을 포함한 피고 회사 임직원들이 원고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수차례 형사 고소 또는 진정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혐의없음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러한 영업비밀 침해와 신뢰 관계 파괴를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지만, 법원은 오히려 원고의 해지 통보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피고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관련 민사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 속에서 원고는 피고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영업비밀 사용 금지, 정보 폐기 및 반환, 그리고 1,0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해외사업 런칭 및 브랜드 운영 매뉴얼, 영문규격서, 개발완료보고서, 해외사업 관련 자료, 디자인 시안, 신제품 출시 및 가격 정보, 가맹점 매출 정보 등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요건인 경제적 가치성, 비공지성, 비밀관리성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설령 위 정보들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상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피고들의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들의 정보 취득 및 사용 행위가 민법 제750조에서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모든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대부분의 정보들이 이미 업계에 알려졌거나 기본적, 일반적 내용에 불과하여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정보(개발완료보고서, 인테리어/익스테리어 디자인 시안)는 경제적 가치가 인정될 여지가 있었지만, 이 역시 '비밀관리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가 보안규정을 마련했음에도 그에 따라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 표시, 관리하지 않았고, 피고 회사와는 과거 같은 그룹에 속하며 인적 교류 및 계약에 따른 정보 공유가 활발했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원고가 해당 정보들을 비밀로 관리하려는 '합리적인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들이 원고의 전산망을 침입하여 정보를 취득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며, 원고와 피고 회사 간의 특수한 관계상 피고들이 적법하게 정보를 취득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행위,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정의): 영업비밀이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판결 당시에는 '합리적인 노력' 또는 '비밀로 관리된'으로 개정된 조항도 언급되었음)
부정경쟁방지법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차목 (현 카목, '부정경쟁행위'의 정의):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봅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법리들을 바탕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정보들이 위 요건들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판결을 내렸습니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경우 아래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철저한 관리 시스템 구축: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관리)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특히 '비밀관리성'은 단순히 포괄적인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본적인 전산 보안 조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Ⅰ급, Ⅱ급 등으로 명확히 분류하고, 각 자료에 '대외비' 또는 'Confidential'과 같은 비밀 표시를 하며, 비밀관리 기록부에 등재하고 관리번호를 부여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또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직급이나 업무에 따라 차등 부여하고, 퇴직자 및 이직자에 대해서는 회수할 자료 목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실제 회수 및 비밀유지 의무 재확인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야 합니다.
특수 관계사 또는 계약 상대방과의 정보 공유 시 유의: 과거 같은 그룹에 속했거나 합병, 매각, 또는 계약 이행 등으로 인해 인적 교류 및 정보 공유가 활발했던 관계에서는 정보의 '비공지성' 및 '비밀관리성'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와 계약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경우, 제공하는 정보의 사용 목적, 사용 가능한 인적 범위, 정보 접근 및 사용 절차 등을 계약서에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해야 합니다. 특히 '일체의 정보'와 같은 포괄적인 비밀유지 조항만으로는 내부적인 정보 전달 행위까지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행위 및 불법행위 입증의 어려움: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상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해당 성과물의 명성, 경제적 가치, 고객 흡인력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며, 상대방의 행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경쟁사의 자료 보유나 사용만으로는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려우며, 정보 취득 경위의 위법성(예: 전산망 침입)이나 사용 목적의 부당성(예: 가맹점 탈취 등)을 명확한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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