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의 경쟁사 취업을 금지한 가처분 결정

주식회사 A는 약 14년간 SSD Tester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전 직원 F가 퇴사 후 경쟁사인 주식회사 J에 입사하자, 전직금지 약정 위반과 영업비밀 침해 우려를 이유로 F의 경쟁사 취업 및 기술정보 공개·사용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F의 전직금지 의무는 인정하여 경쟁사 취업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으나, 영업비밀 침해 금지 신청은 해당 기술정보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채권자 주식회사 A: 반도체 장비의 개발, 제조, 수리, 조립,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전 직원 F의 전 직장)
• 채무자 F: 주식회사 A에 약 14년간 재직하며 SSD Tester 관련 다양한 개발 업무를 수행했으며, 퇴직 후 경쟁사인 주식회사 J에 입사한 전 직원
• 주식회사 J: 반도체 제조 및 도소매업, 반도체 장비유지 보수 및 프로그램 개발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 (주식회사 A의 경쟁업체이자 채무자 F의 현 직장)

분쟁 상황

채무자 F는 2008년 1월 29일부터 2022년 2월 28일까지 약 14년간 채권자 A에서 SSD Tester 관련 개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퇴직 직전인 2022년 2월 23일, F는 A에게 '영업 비밀 목록'과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 등 서약서'를 제출했으며, 이 서약서에는 퇴사 후 2년간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F는 퇴사 후 곧바로 A의 경쟁업체인 주식회사 J에 입사하여 근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A는 F가 약정된 전직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으며, A 재직 중 습득한 영업비밀인 기술정보를 J에서 활용함으로써 영업상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며, F에 대한 전직금지 및 기술정보 공개·사용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F는 전직금지 약정이 자신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은 퇴직 전 수년간 SSD Tester 개발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으므로 J에 근무하더라도 A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핵심 쟁점

전 직원과 회사 간에 체결된 전직금지 약정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 및 유효하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회사의 영업비밀이라고 주장되는 정보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채무자 F는 2024년 2월 28일까지 주식회사 J에 취업하거나 동업, 자문, 용역계약 등의 방법으로 J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테스터(SSD Tester) 장치 제조 및 작동기술 연구·개발 업무 및 그 보조 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됩니다.
2. 채무자가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일당 1,000,000원씩을 지급해야 합니다.
3. 위 1, 2항의 결정은 채권자가 이 결정을 고지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채무자를 위한 담보로 300,000,000원을 공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4.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기술정보의 공개 및 사용 금지)은 기각합니다.
5.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전 직원 F의 퇴직 후 경쟁사로의 이직으로 인한 회사 A의 영업상 이익 침해 우려를 인정하여, 전직금지 약정에 따라 2년간 경쟁사 J에서의 SSD Tester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했습니다. 단, 영업비밀 침해 금지 신청에 대해서는 A가 주장하는 기술정보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기각했습니다. 이는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폭넓게 인정하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그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 정의)​:

   •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합니다.
   • 사례 적용: 채권자 A는 SSD Tester 관련 '구성 및 동작 방식 기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 방법 기술' 등을 영업비밀로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특징이 명시되지 않고 비밀 관리 여부 소명도 부족하여 법원에서 영업비밀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 등)​:

   •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영업비밀 보유자는 침해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사례 적용: 채권자 A는 F의 경쟁사 이직을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보았으나, 영업비밀 자체가 특정되지 않아 이 조항에 따른 기술정보 공개 및 사용 금지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3.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및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 판단 법리:

   •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입니다. 전직금지 약정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나 근로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유효성 판단 기준: 법원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영업비밀 외에 지식, 정보, 고객 관계 등),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사례 적용: 이 사건에서 법원은 채무자 F가 약 14년간 채권자 A에서 SSD Tester 핵심 업무를 수행하며 얻은 기술과 정보가 보호 가치 있는 이익으로 보았고, 퇴사 후 2년의 전직금지 기간과 경쟁사로의 취업 제한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명시적인 대가는 없었으나 재직 중 제공된 격려금 등 혜택이 포괄적인 대가 관계에 있다고 보아 전직금지 약정이 유효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확보하려면 보호할 가치 있는 회사의 이익(예: 영업비밀, 고객 관계, 영업상 신용)이 명확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채무자가 약 14년간 SSD Tester 관련 다양한 개발 업무를 수행하며 얻은 기술과 정보가 보호 가치 있는 이익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전직금지 기간, 지역, 대상 직종 등의 제한이 과도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퇴사 후 2년', '경쟁사'라는 조건이 회사의 사업 규모와 반도체 장비업계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전직금지 약정에 대한 대가 제공 여부는 중요 판단 요소입니다. 명시적인 대가가 없었더라도, 채권자가 재직 중 근속 격려금 지급 등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한 경우 이를 전직금지 약정의 대가관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사례입니다.
4.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하며 금지 명령을 구하려면 해당 영업비밀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구성 및 동작 방식 기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 방법 기술' 등 포괄적인 기재는 영업비밀 특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기각될 수 있습니다.
5. 전직금지 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는 금전적 회복이 어렵거나 본안 소송 중에 전직금지 기간이 만료될 위험이 있어 가처분의 보전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6. 가처분 결정 시 채권자에게 담보 제공(공탁금 또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