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한국철도공사가 발주한 철도 차량 부품 'C' 구매 입찰에서, 두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A와 B 주식회사가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여 입찰 담합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담합 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담합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두 회사에 총 4억 5백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담합 행위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손해액 산정 방식의 한계와 담합 발생의 특수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하여, 최종적으로 2억 2백여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한국철도공사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부품 'C' 구매를 위한 총 5건의 입찰을 공고했습니다. 과거 철도청 시절에는 생산 업체 견적으로 설계 가격을 산정했으나, 한국철도공사 설립 후에는 직전 구매 입찰 계약 금액을 기준으로 예정 가격을 책정하는 '거래실례가 방식'으로 입찰 방식이 변경되었습니다. 피고 주식회사 A와 B 주식회사는 이 방식 변경으로 낙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서로 순서를 돌아가며 낙찰자, 들러리를 맡고 예정 가격의 95% 이상 투찰하기로 함)하는 담합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이 사건 입찰에서 피고 중 한 곳이 낙찰자로 선정되었고, 한국철도공사는 이들과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모두 지급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8월 23일 이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한 공동행위라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피고 B에게 3억 8천8백만 원, 피고 A에게 4억 8백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습니다.
피고들의 입찰 담합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담합으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 및 그 손해액의 산정 방식의 타당성, 그리고 피고 B의 소멸시효 항변의 인정 여부, 마지막으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202,995,844원 및 이에 대하여 2017년 11월 10일부터 2022년 6월 23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50%, 피고들이 나머지 50%를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부품 구매 입찰에서 발생한 주식회사 A와 B 주식회사의 담합 행위로 인한 손해를 인정하였으나, 손해액 산정의 제한적 타당성과 담합 발생 경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50%로 제한하여 손해배상을 명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를 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피고 주식회사 A와 B 주식회사가 한국철도공사의 철도 부품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행위가 이 조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2. 공정거래법 제56조 제1항 (손해배상책임)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피해를 입은 자가 있는 경우, 해당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면 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 행위로 인해 한국철도공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피고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3. 민법 제766조 제1항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이 조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합니다. 피고 B는 원고가 공정위에 조사의뢰를 한 2014년 7월 31일 시점에 이미 담합 행위를 인식했다고 주장하며 소멸시효 완성을 항변했지만,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나온 2017년 8월 23일에 이르러서야 원고가 피고들의 구체적인 담합 행위 및 그로 인한 손해, 인과관계를 현실적으로 인식했다고 보아 피고 B의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4.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원칙 (대법원 판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법한 입찰 담합 행위로 인한 손해는 담합 행위로 인해 실제로 형성된 낙찰가격과 담합 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의 차액을 의미합니다. '가상 경쟁가격'은 담합 전후의 가격(전후비교법)이나 유사 시장, 계량경제학적 분석 등 다양한 경제학적 분석 방법 중 해당 사건의 특성에 비추어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채택하여 추정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전후비교법'을 통해 가상 경쟁가격을 추정했습니다.
5.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 원칙 (대법원 판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법원은 불법행위의 발생 경위나 진행 경과,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따른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손해액 산정 방법의 불완전성, 표본 자료의 제한성, 담합 발생 동기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이 50%로 제한되었습니다.
입찰 담합은 발주처에 재산적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위법 행위이며, 담합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손해액을 산정할 때에는 담합 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가상 경쟁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담합 전후의 가격을 비교하는 '전후비교법' 등 경제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입찰 과정에서 불공정한 정황이 의심된다면 관련 자료를 철저히 보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손해액 추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로부터 3년이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처분 결과가 나온 시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할 때 담합의 구체적 경위, 손해액 산정 방법의 불확실성, 과징금 부과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공공기관의 입찰에서 '거래실례가 방식' 등 예정 가격 산정 방식이 도입될 경우, 사업자 간의 담합 유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발주기관은 이러한 제도적 특성이 담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입찰 관리 및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